“이도 혀도 깨끗하게” …입 벌어지는 ‘입속시장’

  • 입력 2008년 5월 22일 02시 55분


“한국인들 구강 관리 수준

OECD 회원국중에서 최저”

충치 많고 구강용품 취약

첨단칫솔 등 제품 쏟아져

주부 최현미(38) 씨는 최근 치과를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초등학생인 아들의 충치 치료를 하려고 치과에 간 김에 자신도 검진을 받았는데, 최 씨의 치아에서도 충치가 4개나 발견됐기 때문이다.

최 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치아 사이에 낀 음식물 찌꺼기를 없앨 수 있는 치실과 설태(舌苔)를 없앨 수 있는 혀 클리너 등을 샀다. 이들 제품은 잇몸질환이나 충치를 예방하기 위해 의사가 권해준 것이었다.

구강 관리에 취약한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입속 시장’이 커지고 있다.

단순히 치아만 닦는 칫솔에서 벗어나 혀를 닦는 칫솔, 치간 칫솔, 스케일링과 비슷한 기능의 칫솔 등 각종 프리미엄 제품들이 쏟아지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일반 칫솔 시장의 규모(이마트 판매량 제외)는 2006년 1085억3400만 원에서 올해 1242억2300만 원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동 칫솔과 치간 칫솔 등 각종 구강관리 상품까지 합하면 시장 규모는 더 커진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 필립스는 최근 치과에서 스케일링하는 원리와 비슷한 전동칫솔인 ‘소니케어 플렉스케어’를 출시했다. 이 제품은 공기방울이 1분에 3만1000회 나오면서 칫솔모가 닿기 힘든 부위와 잇몸 틈새까지 구석구석 닦아 주는 게 특징이다.

데이비드 휴스 필립스 아시아 마케팅총괄 이사는 “한국인들의 구강관리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다”며 “한국은 구강관리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필립스에 따르면 한국 12세 어린이의 충치는 2.2개로 호주와 덴마크(각 0.8개), 영국(1.5개), 미국(1.8개)보다 월등히 많다.

반면 65세 이상 74세 이하 한국 노인들의 영구 치아는 17.2개로 독일(21.6개), 덴마크(20개), 영국(18.3개), 미국(18.9개)보다 적다.

오랄비는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한국에서 칫솔 머리 부분의 고무 돌기를 통해 혀까지 닦을 수 있는 칫솔인 ‘크로스 액션컴플리트7’을 선보였다.

한국P&G 측은 “자체 조사한 결과 한국 소비자들이 국민소득에 비해 칫솔 등 구강관리 제품에 지출하는 비용이 많았다”며 “5월 한 달 동안 목표 판매량의 120%를 채울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말했다.

롯데마트에서도 올해 1∼4월 구강 청결 상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0%가량 급증했다. 일부 매장은 치간 칫솔이나 치실만 따로 모아 놓은 코너를 운영하고 있을 정도다.

LG생활건강은 립글로스처럼 치아 표면을 닦아 미백효과를 내는 ‘페리오 매직 화이트닝 펜젤’과 치아에 필름 형태로 붙여 드라이 타입으로 불쾌감을 주지 않도록 만들어진 ‘페리오 하얀이 3·30 프로젝트’를 지난해 9월 내놓았다. 이들 제품의 올해 1∼4월 매출은 지난해 9∼12월보다 38%나 늘었다.

구강 관리 실태 비교 (단위: 개)
국가12세 아동의
충치 경험 치아
65∼74세 노인의
영구 치아
한국2.217.2
호주0.817.3
덴마크 0.820.0
독일 0.721.6
노르웨이 1.218.1
영국1.518.3
일본 2.419.6
미국1.818.9
자료: 필립스

국내 칫솔 시장 규모 (단위: 원)
연도매출액
2006년1085억3400만
2007년1131억2500만
2008년(예상)1242억2300만
신세계 이마트 매출액 제외한 수치임. 자료: AC닐슨 등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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