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하루 사이에 배럴 당 4달러 이상 폭등하면서 133달러를 돌파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1일 미국의 성장률 전망을 1%포인트 낮췄다. 국내에서는 '휘발유 L당 2000원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7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4.19달러 오른 133.17달러에 마감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WTI 현물가격은 3.47달러 오른 132.5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역시 3.29달러 상승하면서 123.6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이에 따라 WTI 현물과 두바이유 가격은 3월말에 비해 각각 30.5%, 26.7%나 올랐다.
전문가들은 세계적으로 원유 소비량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데다 투기자금까지 가세해 유가 급등세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공급부족 전망을 근거로 2010년까지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유가 급등세는 세계 각국의 물가를 끌어올리고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면서 성장률 하락의 주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21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4월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FRB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1.2%'로 조정했다. 이는 1월에 제시했던 '1.3%¤2%'보다 1%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국제유가의 폭등세의 영향으로 세계 증시는 일제히 추락했다.
22일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09포인트(0.65%) 하락한 1,835.42로 거래를 마쳤다. 4일 연속 하락세를 보인 코스피지수는 1,800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1.65% 떨어지는 등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급락세를 보였다.
이에 앞서 21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77% 급락했다.
한편 석유공사의 주유소 종합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판매가 기준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S주유소는 무연 보통 휘발유 가격이 L당 2025원으로 2000원을 돌파했다. 또 강남구에서는 보통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은 주유소가 7곳이나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A주유소는 경유가격이 L당 1999원으로 20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강남구에서 경유가격이 1950원을 넘은 주유소는 19곳이나 됐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차지완기자 c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