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값 2000원 시대…산업계-자영업 비상

  • 입력 2008년 5월 23일 02시 55분


“주유비 1년전보다 50%이상 늘어

트럭 아닌 그랜저로 장사하는 격”

경유-휘발유값 역전되자 등유를 연료 쓰기도

유화업계 직격탄… “올여름 구조조정 가능성”

항공-정유업계도 환차손 겹쳐 수익악화 가속

국제유가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33달러를 넘어서는 등 초고유가 시대가 현실화되면서 산업계 전반에 ‘3차 오일쇼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또 휘발유와 경유 가격의 역전 현상이 본격화되면서 경유를 산업용 및 수송용 유류로 쓰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타격도 커지고 있다.

특히 앞으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150∼200달러에 이르는 ‘대급등(Super spike)’ 시대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자 산업계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최근 국제유가 급등은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의 수요 증가 △국제 투기자금의 유입 △일부 산유국의 정정(政情) 불안 △미국 달러화 약세로 인한 석유 소비 증가 전망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석유시장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 같은 오름세는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현재로서는 우세하다.

3년 전 국제유가의 ‘대급등’ 시대를 예고했던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달 5일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6∼24개월 안에 배럴당 150∼2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1년 전만 해도 수십 센트 수준에서 등락을 보이던 국제유가의 하루 변동 폭이 최근 4, 5달러로 확대되면서 이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부 생산시설의 가동을 중단한 석유화학업계는 국제유가 폭등세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원재료인 원유 가격은 급등하고 있지만 이를 제품가격에 그대로 반영하기 어려운 현실 때문이다.

최근 유화업계에서는 ‘잔인한 8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유화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6, 7년 동안 호황을 누리며 시설투자를 경쟁적으로 늘렸다”며 “이제 경쟁력이 약한 유화업체는 무너질 수밖에 없고 올여름이면 자율 구조조정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올해 경영계획을 짜면서 국제유가를 배럴당 85달러 수준으로 내다봤던 항공업계도 초비상이다.

대한항공은 이미 연료절감팀을 상설 가동하고 기내에 싣는 물까지 줄이는 등 비상경영체제로 전환했다. 또 6월 한 달 동안 부산∼중국 시안(西安) 노선을 운휴하기로 했으며, 각각 주 2회 및 주 4회 운항하던 대구∼중국 베이징(北京), 부산∼필리핀 마닐라 노선도 감편 원칙을 세우고 스케줄을 조정 중이다.

정유업계 역시 정제 마진 악화에 환차손까지 겹쳐 수익이 악화되고 있다. SK에너지는 1분기(1∼3월) 경상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69.9% 떨어진 1544억 원을 기록했고 GS칼텍스는 232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봤다.

국제유가 폭등과 함께 경유 제품가격 급등세 때문에 자영업자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특히 트럭 영업을 하는 생계형 자영업자가 큰 타격을 입고 있다.

대구에서 식품배송업을 하는 천모(38) 씨는 “1년 전보다 주유비가 50% 이상 늘어나 트럭이 아닌 그랜저로 배달하는 격”이라며 “예전에는 어떻게든 판매처를 늘리기 위해 지방 각지로 다녔지만 요즘은 대구 인근이 아니면 힘들다”고 말했다.

경유 가격의 급등세로 경유 가격의 75% 수준인 등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경북 경산시에서 식품공장을 운영하는 박모(54) 사장은 “물건을 운송하는 사람 중 트럭에 경유 대신 등유를 넣어 다니는 사람이 늘었다”며 “1년 넘게 경유 대신 등유를 넣고 차를 끌고 다니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박재명 기자 jmpark@donga.com

전기료 하반기 크게 오를듯

물가 안정을 위해 동결됐던 전기요금이 올해 하반기 중 대폭 오를 것으로 보인다.

이재훈 지식경제부 2차관은 2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기요금의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내년은 너무 늦으며 올해 안에 어떤 형태로든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기료는 지난해 7.6%의 인상 요인이 생긴 데 이어 올해 상반기 5.5%의 추가 인상 요인이 발생했다고 이 차관은 설명했다. 물가 당국과의 협의 등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인상 요인을 모두 반영할 경우 인상률이 두 자릿수에 이를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이 차관은 또 “유류 절감과 온실가스 대책의 하나로 발전량 가운데 원자력 비중을 크게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원전 비중이 80% 선에 이르는 프랑스를 거론하면서 “(한국은) 현재 원전이 전력설비의 26%, 발전량의 36%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 비율을 대폭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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