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와 민주노총 금속노조가 22일 산별 중앙교섭에 대한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현대·기아차는 이날 금속노조가 일방적으로 잡아 놓은 중앙교섭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중앙교섭 요구안 중에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단일기업이 받아들일 수 없는 정치적인 사안이 많다”고 이유를 밝혔다.
사측은 “안건을 조율하기 전에 중앙교섭에 나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며 “산별 준비위원회를 재가동해 의제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져야 본 협상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산별 준비위는 현대차, 기아차, GM대우자동차, 쌍용자동차 등 자동차 4개사 노사가 의제를 조율해 온 협의체로 지난해 협상에서 ‘중앙교섭은 산별준비위원회를 통해 합의안을 마련한 뒤 참여한다’는 확약서를 마련함에 따라 출범했다. 하지만 금속노조가 지난달 중순 노사협상 일정(4월 15일)이 시작됐다며 가동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대해 금속노조는 “중앙교섭에서도 충분히 의제를 조율할 수 있다”며 “사측이 지난해 임단협에서 올해부터 중앙교섭에 참여한다는 약속을 깬 것”이라고 반박했다.
금속노조는 현대·기아차가 계속 중앙교섭을 거부하면 단계적으로 파업도 불사한다는 방침이어서 또 한 차례 자동차업계의 노사분규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우선 28일 금속노조 지도부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기아차 본사에 항의 방문할 예정이다. 29일에는 임단협투쟁위원회 출정식을 열고, 다음 달 9일에는 대의원 및 현장위원들이 출근시간을 이용해 ‘집중 선전전’을 벌인 뒤 최종적으로 합의가 안 되면 6월 말 파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장규호 현대차 노조 공보부장은 “23일 교섭에 다시 불응하면 올해 임단협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보고 그에 상응하는 결단(파업)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같은 금속노조 소속인 GM대우차와 쌍용차 노조도 동조 파업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자동차 업계 전체가 파업에 돌입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울산=정재락 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