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1L 2000원…물가-성장률 초비상

  • 입력 2008년 5월 23일 02시 55분


고삐 풀린 국제유가, 배럴당 133달러 돌파

《세계 경제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악몽에서 벗어나기도 전에 고(高)유가 쇼크에 빠져들고 있다. 국제 유가가 하루 사이에 배럴당 4달러 이상 폭등하면서 133달러를 돌파한 21일(현지 시간) 미국의 성장률 전망을 1%포인트나 낮춘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의사록이 공개됐다. 국내에서는 ‘휘발유 L당 2000원 시대’가 현실화되고 있다.》

美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1%P 낮춰

세계주가 급락… 코스피 나흘새 53P ↓

22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1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7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배럴당 4.19달러 오른 133.17달러에 마감하면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한국이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 역시 3.29달러 상승하면서 123.69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웠다. 22일 뉴욕상업거래소 개장 전 전자거래에서도 WTI 7월분 가격은 배럴당 135.09달러까지 치솟았다.

유가 전망에 정통한 미국계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최근 2010년까지 배럴당 200달러에 이를 수도 있다는 보고서를 발표했고 전 세계 원유 공급의 40% 정도를 담당하고 있는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유가 진정을 위해 할 수 없는 일이 없다”고 밝힌 것이 유가의 추가 상승세를 불러왔다.

유가 급등세는 물가를 끌어올리고 실물경제를 위축시키면서 세계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3차 오일쇼크’를 우려하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21일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4월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FRB는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3∼1.2%’로 조정했다. 이는 1월에 제시했던 ‘1.3∼2%’보다 1%포인트 낮춘 것이다.

세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22일 서울 증시에서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09포인트(0.65%) 하락한 1,835.42로 거래를 마쳤다. 나흘간 53.46포인트가 빠진 코스피지수는 1,800 선마저 위협받고 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1.65% 떨어지는 등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하락세를 보였다. 이에 앞서 21일(현지 시간)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1.77% 하락했다.

한편 석유공사의 주유소 종합정보시스템인 오피넷에 따르면 22일 판매가 기준으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S주유소는 무연 보통 휘발유 가격이 L당 2025원으로 2000원을 돌파했다. 또 강남구에서는 보통 휘발유 가격이 2000원을 넘은 주유소가 7곳이나 됐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A주유소는 경유 가격이 L당 1999원으로 2000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으며 강남구에서 경유 가격이 1950원을 넘은 주유소는 19곳이나 됐다.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