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특송(특급배송)회사들의 국경 없는 ‘배송전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특송업계 ‘빅4’로 꼽히는 DHL, 페덱스, TNT, UPS는 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및 한·EU FTA 추진으로 글로벌 특송사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 토종 물류회사들도 ‘글로벌 특송’의 기치를 들고 있지만, 해외시장에서 빅4의 상대로는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 인수합병(M&A)이 국제화의 열쇠
특송업계에 따르면 이들 빅4의 한국 국제특송시장 점유율은 약 75%에 이른다.
글로벌 특송사들은 크고 작은 해외 현지 업체 인수합병(M&A)을 현지 시장 성공의 열쇠로 꼽았다. 현지 인프라, 네트워크가 강한 기존 업체를 인수해야 해당 지역 배송망을 자사(自社)의 ‘촘촘한 그물망’으로 엮을 수 있다는 얘기다.
네덜란드계 특송사 TNT는 최근 2년간 아시아태평양 지역 중심으로 굵직한 현지 업체 3곳을 인수해 현지 시장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했다. 2006년 중국 내륙에 1100여 개 사무소를 둔 ‘호아우 그룹’ 인수에 이어 같은 해 인도의 대표적 특송업체 ‘스피드에이지’도 흡수했다.
TNT 관계자는 “인도 특송시장은 앞으로 10년간 현재의 4배 이상으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 현지 업체 인수로 아시아 시장 공략 발판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브라질 국내 특송시장의 15%를 차지하고 있는 ‘머큐리 익스프레스’도 인수해 브라질 남동부 3300개 도시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확보했다.
미국계 특송사 페덱스는 지난해 중국 최초의 민간항공사 ‘오케이에어웨이즈’ 인수로 중국 내 항공운송을 맡을 B787 3대를 더 확보했다. 영국에서도 현지 택배사 ‘ANC익스프레스’를 합병해 ‘페덱스 UK’를 출범시켰다.
독일계 특송사 DHL은 독일 물류업계의 거물 DPWN을 만나 사업영역을 다양화할 수 있었다.
김종영 DHL코리아 마케팅팀 차장은 “택배만 담당한 DHL은 모기업 DPWN이 인수한 해운사, 항공운송사 등과 결합해 사업영역이 다양해졌다”고 말했다.
○ 차별화된 서비스와 신기술 개척
앞서가는 특송사는 뭔가 달라야 한다는 것이 빅4의 공통된 목소리다. 배송 아이템을 전문화하거나 주요 지역을 골라 서비스를 현지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TNT는 배송 아이템 전문화를 꾀한다. 이 회사의 ‘클리니컬 익스프레스’는 임상실험 샘플과 같은 생명공학 물품을 전문적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다. 이 서비스는 전국 100여 개 종합병원에서 배달하는 혈액, 인체조직 등의 샘플을 적정 온도에 맞춰 파손 없이 전달한다.
DHL은 지역별 현지화를 철저히 한다. 한국 시장에서는 유학생들의 특송 수요가 유난히 늘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유학생 특별우대서비스’를 시작해 입학서류, 생활용품 배송 시 가격경쟁력을 높였다.
‘빠르고 정확한 배송’을 위해 UPS는 신기술 개발에 관심이 많다. 서류 없이 전자문서로 세관 절차를 거칠 수 있는 ‘페이퍼리스 인보이스’ 서비스는 세계 특송업체 가운데 유일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서상범 한국교통연구원 종합물류인증센터장은 “국제특송사는 앞서가는 정보 시스템과 물류인력 양성 등 주목할 만한 점이 많다”고 설명했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