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옥에 감나무 심고 感을 따자”

  • 입력 2008년 5월 24일 03시 01분


광고회사들 ‘창의력 높이기’ 안간힘

만화방… 카페… 톡톡튀는 휴게실도

“김 프로,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

지난해 취급액 2조 원을 넘어선 국내 최대 광고회사 제일기획 광고팀의 새로운 광고 콘셉트 기획 회의장. 갓 입사한 신입사원이 팀장의 의견에 제동을 걸었다. 호칭도 ‘팀장님’이 아니라 그냥 ‘김 프로’였다.

광고회사들이 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고 있다.

외국계 광고회사 웰콤의 서울 중구 장충동 사옥. ‘웰콤시티’라고 이름 붙여진 사옥 한가운데는 감나무가 심어져 있다. 광고인들에게 필수적인 ‘감(感)’을 강조하기 위해 심어 놓은 것이다. 가을이면 감 따기 행사도 한다.

지난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웰콤은 ‘광고야 놀자’라는 사내(社內) 캠페인을 시작하면서 회사 안에 ‘놀이터’를 만들었다. 이 ‘놀이터’에는 다과나 차, 와인을 즐길 수 있는 바(bar)와 누워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휴식공간, 스탠딩 회의실 등이 마련됐다.

웰콤 관계자는 “새로 만든 회사 내 ‘놀이터’뿐 아니라 사옥 전체가 직원들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즐겁게 개발할 수 있는 놀이터”라고 말했다.

국내 광고업계 부동의 1위 제일기획도 이에 못지않다. 단순히 호칭만 ‘프로’로 부르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층에 설치된 TV에서는 업무 시간 내내 방송이 나오고, 사내에는 만화방과 북 카페 같은 휴게실과 회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휴게실 이름도 아이디어가 샘솟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I-Spa’로 붙였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이디어 휴가’ 제도다. 제일기획 직원들은 연간 최대 2개월까지 휴가를 내고 오지 탐험이나 단기 연수, 가족 여행 등을 할 수 있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유도하자는 취지다.

이노션의 ‘크리에이티브 어드벤처’ 프로그램은 직원들이 탐험을 할 수 있도록 회사가 지원해 주는 제도다. 매년 두 팀이 선발돼 회사에서 비용과 휴가를 받아 2주간 여행을 떠난다. 회사 안에 있는 ‘이노션 카페’에서는 2명의 바리스타가 음료와 다과를 제공한다. 이노션 관계자는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 찾는 안식처이자 아이디어 충전소”라고 했다.

HS애드(옛 LG애드)도 직원들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부터 ‘안식월 제도’를 도입했다. 6년 이상 재직하면 누구나 한 달 동안 휴가를 떠날 수 있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광고회사의 제품은 아이디어”라며 “아이디어의 품질 향상을 위해 광고회사는 직원들이 신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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