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곳 느는데 버는 돈 제자리…생활고통지수 ‘끓는다, 끓어’

  • 입력 2008년 5월 24일 03시 01분


원유, 곡물 등 국제 원자재 가격의 고공행진이 계속되면서 난방비, 수도 전기요금, 식료품 등 소비를 줄이기 어려운 필수 항목의 가계지출이 늘어났다. 이처럼 써야 할 돈은 늘어난 대신 임금소득자 등의 소득은 늘지 않아 살림살이가 빠듯해졌다.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소득격차도 관련 통계가 나온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물가 상승과 실질소득 저하에 따른 충격이 먼저 저소득층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 써야 할 돈은 느는데 소득은 제자리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1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농어민을 제외한 2인 이상 전국 가구가 난방, 요리 등을 위해 도시가스, 액화석유가스(LPG), 등유에 지출한 연료비는 월평균 8만45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6.6%나 늘었다. 전기요금 지출은 12.8%, 수도요금 지출은 6.0% 늘었다.

식료품 구입에 쓴 돈은 가구당 55만3700원으로 4.6% 늘었으며 개인교통비 지출은 21만1000원으로 10.8% 증가했다.

난방비, 수도 전기요금 등 생활에 필수적인 항목의 지출이 증가하면 여윳돈이 부족한 저소득층에게 부담이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그룹은 난방비, 수도 전기요금으로 소득의 14.5%인 12만6200원을 매달 지출했다. 이 그룹은 지난해 1분기에는 소득의 13.1%인 10만8800원을 해당 항목으로 지출했다.

물가 상승으로 필수적인 지출이 늘어난 반면 고용 부진으로 소득 증가율은 낮아졌다.

전체 가구의 월 소득은 341만5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0% 늘었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1.2%에 그쳤다.

반면 소비는 지난해 1분기보다 5.3%, 실질소비는 1.5% 증가해 소득 증가율을 앞질렀다. 이에 따라 소득에서 지출을 하고 남은 흑자액은 지난해 1분기보다 1.6% 줄었다.

한편 소득 하위 20% 그룹의 월평균 소득은 87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나는 데 그쳐 소득을 기준으로 나눈 다섯 그룹 가운데 가장 낮은 소득증가율을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임시직, 일용직 근로자가 1분기에만 12만3000명 줄어드는 등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고용이 부진해 저소득층의 소득증가율이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소득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이 하위 20% 가구의 몇 배인지를 보여 주는 소득 5분위 배율은 1분기 8.41배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8위

통계청은 이날 국가 간 소득격차를 비교한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중위소득(소득 순으로 인구를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의 절반 이하인 사람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빈곤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14.6%로 OECD 30개 회원국 중 8번째로 소득격차가 컸다.

소득격차가 가장 큰 나라는 멕시코(18.4%)였으며 미국(17.1%), 일본(15.3%) 등도 한국보다 소득격차가 컸다.

재정부 관계자는 “고유가, 세계경제 둔화 등 외부 변수로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위축돼 가계 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일자리를 창출해 소득이 늘어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목별 가구 지출 증가 추이
항목2007년 1분기(원)2008년 1분기(원)증가율(%)
식료품52만930055만37004.6
연료비7만25008만450016.6
전기요금4만47005만40012.8
교육비32만160034만33006.7
교통비24만520026만37007.5
통신비13만500013만3000-1.5
세금7만54008만520013.0
자료:통계청
소득 분위별 월평균 소득
-2007년 1분기(원)2008년 1분기(원)증가율(%)
5분위(상위 20%)698만5000731만20004.7
4분위(20∼40%)380만6000400만40005.2
3분위(40∼60%)275만290만50005.6
2분위(60∼80%)188만2000198만10005.3
1분위(하위 20%)83만200087만4.6
자료:통계청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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