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소득격차도 관련 통계가 나온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물가 상승과 실질소득 저하에 따른 충격이 먼저 저소득층에 전달되기 때문이다.
○ 써야 할 돈은 느는데 소득은 제자리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8년 1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올 1분기 농어민을 제외한 2인 이상 전국 가구가 난방, 요리 등을 위해 도시가스, 액화석유가스(LPG), 등유에 지출한 연료비는 월평균 8만45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6.6%나 늘었다. 전기요금 지출은 12.8%, 수도요금 지출은 6.0% 늘었다.
식료품 구입에 쓴 돈은 가구당 55만3700원으로 4.6% 늘었으며 개인교통비 지출은 21만1000원으로 10.8% 증가했다.
난방비, 수도 전기요금 등 생활에 필수적인 항목의 지출이 증가하면 여윳돈이 부족한 저소득층에게 부담이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소득 하위 20% 그룹은 난방비, 수도 전기요금으로 소득의 14.5%인 12만6200원을 매달 지출했다. 이 그룹은 지난해 1분기에는 소득의 13.1%인 10만8800원을 해당 항목으로 지출했다.
물가 상승으로 필수적인 지출이 늘어난 반면 고용 부진으로 소득 증가율은 낮아졌다.
전체 가구의 월 소득은 341만5000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0% 늘었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1.2%에 그쳤다.
반면 소비는 지난해 1분기보다 5.3%, 실질소비는 1.5% 증가해 소득 증가율을 앞질렀다. 이에 따라 소득에서 지출을 하고 남은 흑자액은 지난해 1분기보다 1.6% 줄었다.
한편 소득 하위 20% 그룹의 월평균 소득은 87만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6% 늘어나는 데 그쳐 소득을 기준으로 나눈 다섯 그룹 가운데 가장 낮은 소득증가율을 보였다.
기획재정부는 “임시직, 일용직 근로자가 1분기에만 12만3000명 줄어드는 등 4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고용이 부진해 저소득층의 소득증가율이 낮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소득격차도 확대되고 있다. 소득 상위 20% 가구의 평균소득이 하위 20% 가구의 몇 배인지를 보여 주는 소득 5분위 배율은 1분기 8.41배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200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8위
통계청은 이날 국가 간 소득격차를 비교한 결과를 처음 공개했다.
중위소득(소득 순으로 인구를 나열했을 때 중간에 있는 사람의 소득)의 절반 이하인 사람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상대적빈곤율’을 조사한 결과 한국은 14.6%로 OECD 30개 회원국 중 8번째로 소득격차가 컸다.
소득격차가 가장 큰 나라는 멕시코(18.4%)였으며 미국(17.1%), 일본(15.3%) 등도 한국보다 소득격차가 컸다.
재정부 관계자는 “고유가, 세계경제 둔화 등 외부 변수로 물가가 오르고 경기가 위축돼 가계 수지에 부정적인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며 “물가를 안정시키면서 일자리를 창출해 소득이 늘어나도록 노력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항목별 가구 지출 증가 추이 | |||
항목 | 2007년 1분기(원) | 2008년 1분기(원) | 증가율(%) |
식료품 | 52만9300 | 55만3700 | 4.6 |
연료비 | 7만2500 | 8만4500 | 16.6 |
전기요금 | 4만4700 | 5만400 | 12.8 |
교육비 | 32만1600 | 34만3300 | 6.7 |
교통비 | 24만5200 | 26만3700 | 7.5 |
통신비 | 13만5000 | 13만3000 | -1.5 |
세금 | 7만5400 | 8만5200 | 13.0 |
자료:통계청 | |||
소득 분위별 월평균 소득 | |||
- | 2007년 1분기(원) | 2008년 1분기(원) | 증가율(%) |
5분위(상위 20%) | 698만5000 | 731만2000 | 4.7 |
4분위(20∼40%) | 380만6000 | 400만4000 | 5.2 |
3분위(40∼60%) | 275만 | 290만5000 | 5.6 |
2분위(60∼80%) | 188만2000 | 198만1000 | 5.3 |
1분위(하위 20%) | 83만2000 | 87만 | 4.6 |
자료:통계청 |
장원재 기자 peacechaos@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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