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길라잡이]高유가 증시충격, 신흥국 〉 선진국

  • 입력 2008년 5월 24일 03시 01분


연초에 100달러에 근접해 있던 유가가 5개월 만에 30%나 더 올랐다.

유가 100달러 시대는 이제 일상화돼 과거와 같이 유가가 두 자릿수로 회귀하려면 무려 30달러 이상 빠져야 한다.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높이 올라온 느낌이다.

지난 수년간 유가 상승이 지속됐음에도 불구하고 그 충격이 크지 않았던 것은 두 가지 완충 요인 때문이다.

하나는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제 유가는 1970년대 말 2차 오일 쇼크 때보다는 훨씬 낮은 수준이었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경제 규모에 비해 원유 소비가 차지하는 비중도 그때보다 절반 정도로 줄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이유로 2003년 이후 매년 유가가 올랐지만 세계 경제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직전까지 초호황을 이어 갈 수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유가가 130달러까지 올라 이러한 완충 장치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우선, 물가 상승을 감안한 실질 유가도 어느덧 30년 전의 가격을 넘어섰다.

경제 규모 대비 원유 소비 비중도 커지고 있다. 세계 경제의 가장 활성화된 축인 신흥시장이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원유 소비를 늘리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의 규모 대비 원유 소비 비중은 30년 전 수준으로 돌아간 상태다.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을 감내할 수 있었던 시절에는 유가가 올라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때는 주식을 싸게 살 수 있는 기회가 됐다.

그러나 완충장치가 풀려 버린 유가 100달러 시대에는 유가 악재야말로 가장 우려스러운 악재가 됐다.

지난 두 달간은 유가가 올랐음에도 주가도 올랐다. 이는 유가 악재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대형 악재인 금융위기가 완화됐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완화된 효과가 주가에 많이 반영된 지금은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이 증시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충격은 선진국보다는 신흥국가에서 더 크게 나타난다. 신흥국가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소비 증가 속도가 선진국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신흥국가가 선진국에 비해 경기가 좋은 데다 물가상승률도 통제가 가능해 보이지만 신흥국가가 안고 있는 고유가 위험은 일반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크다.

이런 관점에서 최근 국내 펀드를 환매해 신흥국가에 투자하는 펀드로 갈아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지나친 단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본부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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