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한 방울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대장균도 쥐어 짠다

  • 입력 2008년 5월 24일 03시 01분


세계 각국 고유가 여파 대체에너지 발굴 경쟁

모래, 닭기름, 대장균…. 이런 것에서 기름을 얻어 자동차를 움직일 수 있을까.

2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한민국 그린에너지 엑스포’는 이런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올해 5회째인 이번 행사에는 예년의 3배를 웃도는 국내외 190개 업체가 참여해 새로운 에너지 생산 방법을 선보였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면서 기업들이 새로운 에너지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한국 건설업체들은 그동안 채산성이 맞지 않아 주저하던 ‘오일샌드(oil sand)’ 개발과 관련 플랜트 수주를 서두르고 있다. 유채꽃, 태양광, 수소, 대장균 등을 이용한 대체 에너지 연구도 한창이다.

국제유가가 폭등하면서 대체 에너지원의 경제적 가치도 덩달아 높아졌기 때문이다.

○ 국내 기업들 ‘오일샌드’ 개발 참여 활발

중동의 원유 값이 연일 치솟자 최근 오일샌드가 주목받고 있다. 오일샌드는 원유와 모래가 뒤범벅된 것으로 캐나다 앨버타 주의 황무지에 널려 있다. 이곳 오일샌드에서 뽑아낼 수 있는 원유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매장량과 비슷한 1741억 배럴 규모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오일샌드에서 원유를 뽑을 경우 채산성이 맞지 않았지만 최근 유가가 급등하자 유력한 에너지원으로 떠올랐다.

한국석유공사는 이미 캐나다의 ‘블랙골드 오일샌드’의 개발권을 확보해 10월 관련 플랜트 공사를 발주할 계획이다.

국내 대형 건설업체들은 오일샌드 플랜트 공사에 주목하고 있다. 오일샌드에서 원유를 뽑아내는 플랜트 공사 발주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부터 캐나다에서 오일샌드 플랜트 수주를 추진해온 현대건설 해외사업본부 관계자는 “10월 석유공사가 발주하는 플랜트 공사부터 참여해 시공 경험을 쌓을 계획”이라며 “앞으로 발주 물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SK건설과 ㈜한화 등도 최근 캐나다에 지사를 설립하고 오일샌드 개발권을 따내거나 플랜트를 수주할 계획이다.

○ 유채꽃 타르 해조류등도 에너지원

에너지업체인 ‘제주퓨렉스’는 최근 제주 서귀포시 성산포에 500ha 규모의 유채꽃밭을 조성했다. 이 회사는 유채꽃의 씨앗에서 바이오 디젤을 추출해 공급하기로 했다.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진출하는 대기업도 늘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최근 태양광발전사업에 뛰어들었다. 대성그룹도 올해 그린에너지엑스포에서 가정용 프린터 크기의 가정용 수소 자가 발전기를 선보이며 상업화에 나섰다.

미국에서는 당분을 먹고 석유를 만들어내는 대장균까지 연구하고 있다. 미국 바이오벤처기업들이 만든 ‘유전자 변형 대장균’은 사탕수수나 사탕무의 당을 섭취한 뒤 석유와 비슷한 기름을 ‘배설’한다는 것.

그린에너지엑스포 박상민 전시팀장은 “닭의 지방, 타르, 말(해조류) 등 다양한 재료에서 에너지를 얻으려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경제성엔 의견 엇갈려

신재생에너지연구소의 이성호 소장은 “정부가 올해 신재생에너지 연구비로 5327억 원을 책정했다”며 “2011년에는 한국이 연간 소비하는 에너지의 5%를 신재생에너지가 담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재생에너지를 포함한 대체 에너지원의 경제적 효율성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한국에서는 태양열과 풍력, 바이오에너지 등의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재생에너지 상용화에 일부 성공한 유럽 국가와는 달리 국내의 기후, 지형, 토지면적 등이 에너지 생산에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서울대 강주명(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프랑스는 전체 에너지의 80%를 원자력으로 사용하고 있다”며 “신재생에너지 연구에 몰두하기보다는 안전성 논란으로 사용이 주춤한 원자력 에너지를 더 효과적으로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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