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로 예정됐던 해임건의안 투표는 민주당의 의원총회로 인해 1시간가량 늦어진 오후 3시 20분경 시작됐다. 그러나 한 명이라도 더 본회의장으로 끌어 모으려는 야당 의원들은 투표시간 지연작전에 돌입했다.
투표시간이 계속 길어지자 임채정 국회의장은 “투표를 하지 않은 분들은 빨리 해 달라”며 수차례 투표를 독려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링거를 꽂고 국회의사당으로 오고 있는 의원이 있다’며 투표시간 연장을 거듭 요구했다.
투표가 시작된 지 1시간이 지나자 임 의장은 결국 “더는 기다릴 수 없다. 오후 4시 반 투표를 종료하겠다”고 호통을 쳤지만 야당 의원들은 “지금 거의 도착했다”고 매달렸다.
상황 파악을 위해 본회의장에 나와 있던 한나라당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는 틈틈이 단상 앞으로 나와 “빨리 투표 종료를 선언해 달라”고 임 의장에게 요구했다. 이에 야당 의원들은 “한나라당 의원들은 투표부터 해라”며 고함을 치는 등 양측의 신경전이 이어졌다.
결국 병원에 입원해 있던 민주당 장경수 의원이 도착해 같은당 최규성 의원의 부축을 받으며 오후 4시 35분 마지막 투표를 한 뒤 임 의장은 투표 종료를 선언했다.
이에 앞서 여야는 각각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정 장관 해임건의안 투표 대책을 논의했다.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국익을 무시하고 당리당략을 앞세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막고 있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장관 해임건의안은 결국 이명박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는 것인 만큼 즉각 쇠고기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맞섰다.
한나라당은 임 의장에게 투표 종료를 요구하기 위해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만 본회의장으로 들여보냈을 뿐 나머지 의원은 의총장에 대기하는 ‘불참 전술’을 사용했다.
팽팽한 긴장 속에서 투표가 진행된 뒤 임 의장이 ‘부결’을 선언하자 본회의장에 있던 야당 의원들 사이에서는 한숨이 흘러나왔고 같은 시간 당 대표실에서 열린 한나라당 최고 중진 연석회의 참석자들은 박수와 함께 환호성을 터뜨렸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