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野 ‘쇠고기 공조’ 균열… FTA 처리 변수로

  • 입력 2008년 5월 24일 03시 01분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 3당이 제출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안철민 기자
통합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 3당이 제출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23일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됐다. 이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안철민 기자
■ ‘與 불참속 해임안 부결’ 이후의 정국

코너에 몰렸던 여권은 한숨을 돌렸고 기세 등등했던 야당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 공세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

23일 국회에서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의 해임건의안이 부결됨에 따라 이명박 대통령과 여권은 새 정부 출범 90일(25일)도 안 된 상황에서 정국운영에 큰 걸림돌이 될 뻔했던 정치적 위기를 일단 넘겼다.

해임건의안 부결 후 한나라당이 곧바로 17대 국회 마지막 임시국회(26∼29일) 소집을 요구하며 역공에 나선 것도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과시한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야당 안에서도 정 장관 책임론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증거”라며 임채정 국회의장에게 FTA 비준안의 직권상정을 강하게 압박하고 나섰다.

사실 당내에서는 정 장관 해임건의안이 통과될 경우 18대 국회 개원에 맞춰 청와대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국정쇄신책과 일부 장관 등에 대한 인사조치가 야당의 공세에 떠밀린 것처럼 비칠까 봐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이날 병원에 입원한 의원까지 본회의장에 나오도록 하는 등 총력전을 펼쳤던 민주당은 비록 해임건의안 통과가 무산됐지만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2차례의 쇠고기 청문회와 미국과의 ‘추가협의’를 이끌어 냈고, 다른 야당과의 공조를 통해 이번 회기 안에 내놓을 수 있는 마지막 카드인 해임건의안을 상정시키는 데도 성공했다. 물론 쇠고기 재협상을 이끌어내지는 못했지만 총선 참패 이후 당 내부의 동력이 고갈된 상태라는 점을 감안하면 선전(善戰)했다는 것.

우상호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낙선한 중진의원들까지 모두 나와 표결에 참가했다는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쇠고기 정국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18대 국회 원 구성 지연’ 외에는 모두 소진된 데다 17대 국회 막판에 무기력한 모습을 노출한 것이 부담으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은 또 지도부 구성을 둘러싼 계파 간 이합집산에 휘말릴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정치권에서는 해임건의안 부결로 미국산 쇠고기 파동에 대한 야권의 탄탄했던 대오가 주춤해지고, 과반수에 이르는 여당의 ‘18대 국회 초반 FTA 비준안 처리’ 구상이 힘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한나라당은 내부적으로 6월 20일까지 원 구성 협상을 끝내고 6월 말에 FTA 비준안을 처리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원 구성을 최대한 빨리 끝내야 하는 여당과 여론의 비판을 피해가며 원 구성 협상과 쇠고기 재협상을 연계시킬 수밖에 없는 야당의 새로운 힘겨루기가 6월 정국을 뜨겁게 달굴 것으로 전망된다.


▲ 영상취재 : 정영준 동아닷컴 기자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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