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강북…이번엔 전세시장 먹구름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7분


최근 뉴타운 등 서울 강북지역 도심 재개발사업 계획이 잇따라 확정되면서 이 지역 전세금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최근 뉴타운 등 서울 강북지역 도심 재개발사업 계획이 잇따라 확정되면서 이 지역 전세금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뉴타운 2만채 등 서울만 5만여채 이주… 집값-전세금 동반 상승 우려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의 한 연립주택에 5년째 살고 있는 박모(45) 씨는 요즘 퇴근 후에 매일 전셋집을 구하러 다니고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이 곧 철거가 시작되는 왕십리 뉴타운 지역에 있기 때문이다.

박 씨는 “가까운 중구 신당동의 방 2개짜리 연립주택 전세금이

올해 초보다 3000만 원 올라 1억 원에 육박한다”며 “아이들을 전학시키더라도 경기 북부지역으로 가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이사철이 끝나면서 서울의 전세 수요는 줄었지만 도심 재개발 사업지의 관리처분(재개발 계획 확정)이 잇따르면서 관련 지역의 전세금은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게다가 서울 강북권 아파트나 연립주택의 가격은 전세금보다 더 많이 올라 있는 상태여서 앞으로 전세금이 집값을 따라 더 오를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 북가좌동 42평형 지난주 1500만 원 오르기도

25일 서울시와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2, 3분기를 기점으로 이주 수요가 발생하는 주요 뉴타운은 서대문구 가좌, 마포구 아현, 성동구 왕십리 등이며 이주 수요는 총 2만여 채에 이른다. 여기에 강북권의 개별적인 재개발사업지와 전세 재계약에 따른 수요까지 합하면 올해 서울에서만 총 5만여 채의 이주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된다.

재개발 사업지가 몰린 지역에서는 이미 전세금이 오르기 시작했다. 서대문구 북가좌동 삼호아파트 138m²(42평형)는 지난주에 1500만 원 오른 1억9000만∼2억2000만 원 선에서 전세 물량이 거래됐다.

서울 강북권 재개발지역의 전세난은 경기 북부권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교통망 확충으로 서울로 접근성이 좋아진 경기 동두천, 의정부시 등이 강북 전세 수요자들의 대체지로 떠오른 것.

동두천시 생연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에이스 1차 105m²(32평형) 아파트의 전세 시세가 지난주보다 1000만 원 오른 5000만∼5500만 원 선에 형성됐다”며 “전세가격이 가장 저평가된 동두천시의 전세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고 전했다.

○ 강북권 전세비율 최저… 또 다른 불안 요소 작용

최근 서울 강북권의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비율)이 최저라는 점도 앞으로 전세시장의 불안요소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공급이 한정된 서울 강북권에서 전세 이주 수요가 몰리면 금융 부담을 줄이려는 집주인들이 낮은 전세비율을 근거로 전세가격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의 전국주택가격 동향 조사에 따르면 4월 현재 서울 강북권의 전세비율은 44.2%로 국민은행이 관련 조사를 시작한 1998년 12월 이후 가장 낮았다. 부동산정보업체 스피드뱅크의 구별 전세비율 변동 자료에서도 2005년 56.9% 수준이던 노원구의 전세비율은 5월 현재 40.1%로 16.8%포인트 하락했다. 전세비율이 낮아진 것은 전세금이 오른 것보다 강북권의 매매가격이 더 많이 뛰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컨설팅업체인 피데스개발의 김승배 사장은 “강북 소형아파트의 전세금이 오르면 돈을 더 얹어서 집을 사려는 수요도 늘어나기 때문에 집값과 전세금이 동반 상승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경기 북부가 완충 역할 할까

서울시는 재개발 이주 수요가 몰리는 것을 막기 위해 관리처분 계획을 순차적으로 한다는 방침이지만 일선 구청은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일선 구청의 한 관계자는 “구청은 주민들이 관련 서류를 갖춰서 신청하면 일부러 지연하기가 쉽지 않아 순차적으로 내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서울 강북권의 전세 수요자들이 아파트 물량이 많은 경기 북부권으로 제대로 흡수된다면 전세난이 예상보다 심각하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재개발에 따른 이주자들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멀리 벗어나지 않으려는 특성이 있어 경기 북부의 물량만으로 재개발지역의 전세난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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