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디지털단지 ‘고용 10만’ 비결은…

  • 입력 2008년 5월 26일 02시 57분


규제 완화 → R&D기업 속속 입성 → 일자리 ‘쑥쑥’

고용 月1000명씩 늘어… 반월 제치고 산업단지 중 1위로

수도권 공장 규제서 ‘아파트형’ 제외하자 벤처업체들 몰려

서울 금천구 가산동의 컴퓨터용 냉각장치 제조업체인 ‘잘만테크’는 2003년 직원 수가 80여 명이었지만 현재는 180여 명이다. 지난해 새로 뽑은 직원은 10명. 직원 중 40여 명이 연구개발(R&D) 부서에 있고, 연구원 중 상당수는 석사 학위 소지자다.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영상감시장치 제조업체인 ‘오닉스시스템’은 직원 46명이 대부분 대졸이고, 석사 학위 소지자도 한 명 있다. 앞으로 전기·소방업 등으로 사업 분야를 확장하면서 직원도 100명 수준으로 늘릴 예정. 이 회사는 2층에 R&D 센터를 두고 있다.

○ 비제조업 인력이 절반

오닉스시스템과 잘만테크는 모두 서울디지털산업단지(옛 구로공단)에 있다. 전국적으로 중소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달리, 서울산단에서는 이 두 업체처럼 고용을 늘리고 있는 중소기업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서울산단의 3월 현재 고용인원이 9만9607명으로 잠정 집계됐고, 5월 말 현재 고용인원 추정치는 10만 명을 넘는다고 25일 밝혔다.

서울산단의 2005년 말 고용인원은 7만2800여 명, 2006년 말에는 8만5200여 명, 지난해 말에는 9만7200여 명이었다. 매달 평균 1000명씩 고용이 늘어난 셈이다. 서울산단은 이처럼 고용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부동의 고용인원 1위였던 반월산업단지를 지난해 앞질렀다.

반월산단의 실적이 나빴던 것은 아니다. 반월산단의 연간 생산액은 2005년 말 20조6900여억 원에서 지난해 말 22조2700여억 원으로 2년 동안 1조5700여억 원 늘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고용은 9만100여 명에서 8만5600여 명으로 4500여 명 줄었다. 한국산업단지공단 조성태 홍보부장은 “최근 고용을 늘리는 기업은 주로 지식기반산업 중심의 혁신형 중소기업인데 이런 기업이 대거 서울산단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올해 2월 기준으로 서울산단 고용의 50.2%는 소프트웨어 개발, 디자인, 기업부설연구소 등 비제조업체에서 차지했다. 반면 반월산단에서 비제조업 고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0.2%에 불과하다.

○ 기술혁신과 규제완화가 핵심

제조업체들도 서울산단의 기업들은 오닉스시스템이나 잘만테크처럼 R&D 기능을 갖추고 있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러지 않고서는 비싼 땅값을 감당하면서 서울에 있을 이유가 없다.

통계청 김현애 고용통계과장은 “제조업에서도 R&D 기능을 갖춘 업체들은 새로운 시장이나 제품을 창출해서 고용을 늘리지만 단순제조업체들은 자동화로 인해 오히려 인력이 줄어드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통계연보에 따르면 제조업 종사자 중 기능종사자 일자리는 2001년 131만 개에서 지난해 86만 개로 무려 45만 개가 줄었다. 그러나 제조업 중 전문가 일자리는 같은 기간 5만 개, 기술공 및 준전문가의 일자리는 7만 개가 늘어났다.

혁신기업들이 다른 지역 산업단지가 아닌 서울산단으로 몰린 현상에 대해 삼성경제연구소 박용규 수석연구원은 “기본적으로 좋은 인재가 많은 대도시 주변에 위치하려는 R&D 기업들의 요구가 규제 완화와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도권 공장총량제 대상에서 아파트형 공장을 제외하고 아파트형 공장에 대한 세제혜택을 주면서 기술혁신 위주의 중소·벤처업체들이 대거 서울산단으로 왔다는 분석이다.

수도권의 발목을 잡아 균형발전을 추구하기보다는 수도권은 규제완화를 통해 고용을 창출하도록 하고 지방에는 인센티브를 더 줘서 기업의 이전이나 설립을 촉진하는 ‘윈윈’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정기선 기자 ks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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