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D-2… 여야 막판까지 FTA공방

  • 입력 2008년 5월 27일 02시 58분


“국회의장 직권 상정을”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차명진 의원,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부터)가 26일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박우섭 의장비서실장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의장이 17대 국회에서 직권상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국회의장 직권 상정을”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 차명진 의원,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부터)가 26일 국회의장실을 방문해 박우섭 의장비서실장에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동의안을 의장이 17대 국회에서 직권상정해 줄 것을 요구하는 건의서를 전달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쇠고기 고시 중단을” 민주노동당 천영세, 통합민주당 김효석,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왼쪽부터) 등 야 3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장관 고시 중단과 재협상 촉구에 대한 공동 대응 방침을 밝히며 악수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쇠고기 고시 중단을” 민주노동당 천영세, 통합민주당 김효석, 자유선진당 권선택 원내대표(왼쪽부터) 등 야 3당 원내대표가 26일 국회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에 대한 장관 고시 중단과 재협상 촉구에 대한 공동 대응 방침을 밝히며 악수하고 있다. 전영한 기자
美 쇠고기 점검단 귀국 손찬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축산물 검사부장 등 미국산 쇠고기 특별점검단 일행 9명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인천=박영대 기자
美 쇠고기 점검단 귀국 손찬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축산물 검사부장 등 미국산 쇠고기 특별점검단 일행 9명이 26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인천=박영대 기자
“국익이 우선” vs “대책이 먼저”

한나라 “지금 안하면 두고두고 후회” 총력전

민주 “다음 국회로 넘기자” 임시국회 보이콧

정부 이르면 이번 주말 고시… 대책도 설명

17대 국회 임기 마지막 날(29일)을 사흘 앞둔 26일 정치권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처리 문제를 놓고 치열한 막판 공방을 벌였다.

한나라당은 26∼29일 임시국회 소집을 요구했으나 통합민주당이 의사일정 합의를 거부하자 ‘국익우선론’을 내세우며 여론에 직접 한미 FTA 비준 지원을 호소하고 나섰다.

○ 여당 “야당은 나라를 망치지 말아야”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미 FTA 비준안은 당리당략을 위한 정치적 거래나 흥정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비준안을 18대 국회 원 구성과 연계해 임시국회에 응하지 않는다면 국민을 배신하고 나라를 망치는 일”이라고 민주당을 비판했다. 안 원내대표는 이날 임채정 국회의장과의 면담이 불발로 끝나자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 본회의 직권상정 재건의’ 요청서를 전달했다.

이한구 정책위의장은 “한미 FTA 비준은 안 하면 두고두고 후회한다”면서 “각계의 지도자들이 이 문제의 중요성과 국회 통과가 갖는 전략적 의미를 이해하고 국민과 함께 한나라당의 노력을 지지해 달라”고 했다.

회의에서는 미국 민주당 유력 대선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 ‘결함이 있는 한미 FTA 비준동의안을 의회에 제출하지 말라’는 서한을 보낸 것에 대해 “한미 FTA가 한국에 절대적으로 유리하다는 증거”라는 해석들이 쏟아졌다.

안 원내대표는 “오바마 의원이 미국 시장을 그대로 내주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미국에 불리하다고 보고 있다. 하루빨리 통과시키는 게 한국 국익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종훈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오바마 의원의 발언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미국은 대선정국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 영상 취재 : 김미옥 기자

○ 야당 “정부가 고시하면 장외투쟁도 불사”

그러나 민주당은 일단 한나라당이 단독으로 소집한 임시국회를 여야 간 의사일정을 합의해주지 않음으로써 자동 무산시키기로 했다.

‘쇠고기 정국’에서 ‘한미 FTA 정국’으로 끌고 가려는 한나라당의 기도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것. 비준동의안은 18대 국회에서 피해 계층에 대한 충분한 대책을 마련한 뒤 통과시킨다는 방침이다. 그 대신 민주당은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통과 실패로 한풀 꺾인 대정부 및 대여 공세를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민주당 자유선진당 민주노동당 등 야 3당은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위생조건 장관고시’를 발효하면 이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할 예정이다. 또 고시 내용에 따라 ‘헌법소원’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최재성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일단 국회 내에서 농성에 들어갈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 장외 투쟁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민주당 김효석, 선진당 권선택, 민노당 천영세 등 야 3당 원내대표가 27일 한승수 국무총리를 방문해 ‘장관 고시 강행 중단’ 및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재협상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야 3당 원내대표는 26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장관 고시를 강행한다면 ‘쇠고기 재협상’은 물거품이 되고 (서로) 파국으로 치닫는 중대 기로에 처할 것”이라면서 “정부는 이번 협상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고, 평화적인 촛불문화집회에 대한 강경 진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 영상 취재 : 전영한 기자

○ 공식 고시는 주말이나 다음 주 초가 될 듯

한승수 국무총리는 26일 정부중앙청사에서 주재한 한미 FTA 관계장관회의에서 “무역의 기회를 넓혀주는 한미 FTA는 정권과 이념을 초월한 우리 경제의 핵심 과제”라며 “정치권은 대승적 결단을 반드시 내려 17대 국회에서 FTA 비준안이 통과되도록 해달라”고 밝혔다.

농림수산식품부는 28∼30일 행정안전부에 한미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고시(告示)의 관보(官報) 게재를 의뢰할 방침이다. 김현수 농식품부 대변인은 “관계 부처가 축산대책을 협의하고 있기 때문에 27일까지는 고시를 의뢰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고시 의뢰로부터 관보 게재를 통한 공식 고시까지는 통상 2, 3일이 걸리므로 실제로 고시가 이뤄지는 시점은 이번 주말이나 다음 주 초일 가능성이 높다.

정운천 농식품부 장관은 고시에 맞춰 미국산 쇠고기 검역대책과 축산업계 지원대책, 원산지 표기 단속 강화대책 등도 함께 설명할 계획이다.

한편 미국 도축작업장의 위생과 검역 상황을 조사하기 위해 12일 출국해 31개 미국 작업장을 점검한 국립수의과학검역원 특별점검단이 26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점검단장인 손찬준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축산물 검사부장은 “(이번 미국 방문 중 점검 대상 작업장에서) 문제가 될 부분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 영상 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박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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