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한국은행이 설정한 물가 안정목표 범위의 상한선(3.5%)을 넘어선 것이어서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이 같은 물가 상승이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은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경기 침체)’과 ‘인플레이션(inflation·물가 상승)’의 합성어로, 경기가 침체되는 가운데 물가가 오르는 현상을 말합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말은 영국의 재무장관이었던 이언 매클레오드가 1965년 의회에서 한 연설에서 유래됐고요. 세계 경제에서는 제1차 원유파동(1973∼1974년)과 제2차 원유파동(1979∼1980년)을 거치며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났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이해하려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는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수요가 늘어나는 경우입니다. 가계소비나 기업의 투자가 늘어나면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초과수요가 발생해 물가를 상승시킵니다. 이렇게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수요 견인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두 번째, 비용 상승으로 공급이 줄어드는 경우입니다. 곡물과 원유 가격이 오르면 가격부담으로 이를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의 생산량이 줄어듭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이라고 합니다.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의 초기 단계에 해당합니다. 비용 상승에 따라 기업이 생산을 줄이면 고용이 감소해 실업률이 높아집니다. 이어서 국민소득이 낮아져 경기가 침체돼 스태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나는 것이죠. 아직까지 얼마나 물가가 상승하고 경기가 침체돼야 스태그플레이션 상태라고 하는지 명확한 기준은 없습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정책당국은 딜레마에 빠지게 됩니다.
경기 회복을 위해 금리를 내리면 수요가 늘어나면서 인플레이션이 더 심각해집니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을 진정시키려고 금리를 올리면 수요가 위축돼 경기가 더 나빠집니다.
물론 일부에서 주장하듯 금리를 올려 물가를 안정시키고, 세금을 줄이거나 재정지출을 늘려 경기를 부양하는 정책을 함께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두 정책을 적절히 조정하는 것은 쉽지 않은 데다 정책을 만들고 시행해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있기 때문에 효율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습니다.
최근의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지고 있는 걸까요? 올해 1분기(1∼3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보다 0.7% 늘어나 전 분기 대비 증가율 기준으로 3년 3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냈습니다.
그러나 제2차 원유파동 시기였던 1980년,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같은 달보다 32.5%나 오르고 1분기 경제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3%를 나타낸 것과 비교하면 최근의 비용 상승 인플레이션을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물가 상승을 감안한 원유의 실질가격이 이미 제2차 원유파동 때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던 수준을 넘어서고 있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으려면 물가를 안정시키려는 정부의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중요합니다.
장경호 인하대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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