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에 강조하던 ‘미니홈피’나 ‘홈2’ 등 정통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들은 가장자리로 밀려났습니다. 엠파스와의 합병을 통해 그간 ‘포털 사이트’로 변신을 준비한 싸이월드의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이죠.
2000만 명 이상의 회원을 보유한 싸이월드는 2000년대 초반 ‘싸이 폐인’이라는 용어까지 낳으며 국내 최대 SNS 사이트로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특히 ‘도토리’를 중심으로 ‘뮤직’ ‘스킨’ ‘폰트’ 등 다양하고 독창적인 콘텐츠 수익모델을 만들어 내 국내외 인터넷 업계로부터 큰 주목을 받기도 했죠.
하지만 싸이월드를 운영하는 SK커뮤니케이션즈의 주가는 올해 초 4만 원에 육박하던 수준에서 최근 1만2000원대로 떨어졌습니다. 개인 소비자들(도토리 판매)만을 상대로 한 수익모델에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 데다 검색 기능을 중심으로 ‘종합선물세트’식 서비스를 제공하는 포털과의 경쟁에서도 밀렸기 때문입니다.
사실 트래픽을 수익으로 연결하는 것은 싸이월드뿐 아니라 모든 글로벌 인터넷 업계의 고민입니다. ‘마이스페이스’ ‘페이스북’과 같은 미국 SNS 기업들도 마찬가지라고 하네요.
그러나 이들이 난관에 대처하는 방식은 사뭇 다릅니다.
포털로 방향을 전환한 싸이월드와 달리 미국 SNS 기업들은 ‘오픈 API(응용프로그램환경)’라는 ‘플랫폼 개방’을 선택하고 있어요. 오픈 API를 사람에 빗대 설명하자면 한 사람(홈페이지)의 신체사이즈(프로그램 환경)를 공개해 누구라도 그에 맞는 옷이나 장신구(게임, 편집 애플리케이션 등)를 만들 수 있게 한 것입니다. 사이트 운영 기업뿐 아니라 일반인 등 어느 누구라도 개발에 참여할 수 있죠.
페이스북 등은 “‘놀 거리’가 많아지면 사용자들의 체류시간이 길어질 것이고, 이는 광고 수익으로 연결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 있어 편리한’ 포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싸이월드와, ‘직접 만들어 재미있는’ 오픈 API 서비스로 승부하려는 미국 SNS 기업 중 어느 선택이 더 현명한 것으로 판명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임우선 기자 산업부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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