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一)자 형태 유리
계단식보단 복도식
66∼99㎡ 정도 좋아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더워지고 있지만 주택시장에는 냉기가 여전합니다. 특히 지난 몇 년간 잘나가던 재건축아파트 시장에는 찬바람이 더욱 거셉니다.
그런 반면 아파트 리모델링은 재건축이 침체된 틈을 타고 재건축의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지난해부터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와 서울 강남권과 여의도 등 수도권 유망 단지들에서 피어나는 리모델링 열기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규모나 설계, 용적률 등 아파트의 특성에 따라 리모델링이 득(得)이 될 수도 있고, 실(失)이 될 수도 있습니다. 리모델링에 적합한 아파트가 따로 있다는 얘기인데요, 어떤 아파트일지 알아볼까요.
리모델링이 가능한 준공 연한은 최소 15년입니다. 아파트를 지은 지 만 15년이 되는 아파트부터 리모델링을 할 수 있다는 겁니다.
15년 이상 된 아파트 중에서는 12∼15층 규모의 중층 아파트가 앞으로 리모델링 시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중층 아파트들은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용적률 제한과 개발이익환수제 같은 각종 재건축 규제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1980년대나 1990년대 서울 강남권이나 양천구 목동, 노원구 상계동, 분당 일산 등 5대 신도시 등에서 대규모 택지개발사업 등을 통해 지어진 아파트들이 이 같은 리모델링 대상에 해당됩니다.
리모델링에는 일(一)자 형태의 아파트가 더 유리합니다. ㄱ자나 ㄷ자, ㅁ자로 설계된 단지는 꺾이는 부분 때문에 증축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계단식보다는 복도식 아파트가 공사하기가 훨씬 수월합니다. 규모로 보면 리모델링을 통해 면적이 늘어날 여지가 큰 중소형 아파트가 더 좋습니다. 66∼99m²가 가장 효과적인 리모델링 대상이 되겠지요.
한 가지 주택형으로 구성된 단지이거나 주민 가운데 젊은층이 많은 단지일수록 의견 일치도가 높아 리모델링 사업이 빠르게 추진된다는 점도 잊지 마세요.
리모델링은 아파트 골조만 남기고 모두 헐어내기 때문에 사실상 집을 다시 짓는 것과 마찬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선 리모델링 전에는 없었던 지하주차장이 생길 수도 있고, 단지 내 공원면적도 크게 늘어나는 등 장점이 많습니다.
하지만 리모델링을 하는 데는 수억 원대에 이르는 분담금을 내야 합니다. 그래서 입주민들이 리모델링 후 집값이 얼마나 오를지 등을 꼼꼼히 따져 분석하는 과정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김은경 스피드뱅크 리서치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