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환율정책이 ‘성장 중시’에서 성장과 물가 안정을 동시에 고려하는 쪽으로 선회할 조짐을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이 나흘 연속 떨어졌다.
3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0.20원 내린(원화 가치는 상승) 1030.1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은 26일부터 5거래일 동안 17.60원 하락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30원 하락한 1030.00원으로 거래를 시작한 뒤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에 대한 경계감이 확산되면서 1024.30원까지 급락했다. 그러나 정유사의 달러 결제 수요가 몰리면서 하락폭이 줄었다.
권우현 우리은행 트레이딩부 과장은 “정부의 외환정책 우선순위가 경상수지 일변도에서 벗어났다는 심리가 확산되면서 환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중경 기획재정부 차관은 이날 서울 강남구 역삼동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한 조찬 모임에서 “외환시장을 운영하는 입장에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서민생활이 어려워진 것이 중요한 고려 요소가 되고 있다”고 밝혔다.
최 차관은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수출에 도움이 되는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은 상승)를 옹호해 왔다. 그러나 원화 약세는 고유가와 맞물려 수입 물가를 더욱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았다.
시중은행의 한 외환딜러는 “외환 당국이 시장 개입을 통해 원-달러 환율을 달러당 1035원대까지 끌어내린 만큼 환율은 당분간 이보다 낮은 수준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신치영 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