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끝없는 설득의 과정이다. 설득의 노하우가 부족해 고생하는 영업맨이나 프레젠테이션 기회만 오면 화장실로 숨고 싶은 직장인이 많다.
이런 사람은 얼굴도 보지 않고 낯선 이를 상대로 ‘말’에만 의지해 10억 원대의 보험 매출을 올린 ‘설득의 여왕’에게서 노하우를 배워 보는 것이 어떨까. 주인공은 교보AXA자동차보험 이지영(36) 씨와 현대하이카다이렉트자동차보험 황은경(30) 씨. 이들은 지난해 1년간 납입보험료 기준으로 각각 10억, 18억 원의 실적을 올려 최근 다이렉트자동차보험업계 1, 2위인 각 회사의 보험왕으로 뽑혔다.
이들 ‘설득의 여왕’은 “우선 상대방과 친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상대방에게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정보로 무장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설득의 기술”이라고 입을 모았다.
○ 설득의 여왕, 말하기가 다르다
이 씨와 황 씨는 이런 이론은 몰라도 몸으로 그 본질을 체득하고 있다. 황 씨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고객을 칭찬해 친밀도를 높인다. “목소리가 좋으세요”는 자주 동원하는 대사. 고객이 상품에 대한 불만을 늘어놓는 경우에는 “보험에 대해 공부를 참 많이 하셨네요”라면서 상황을 반전시킨다.
‘동일시(identification)’의 방법도 쓴다. ‘상대방이 나와 비슷한 성향을 갖고 있다’고 느끼면 좀 더 설득하기 쉬워지는 심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는 고객이 불평을 늘어놓으면 “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는데 정말 속상했어요” “제 친구는 그럴 때 이렇게 해결했어요”라고 맞장구를 친다는 것. 상대방은 ‘이 사람이 나를 잘 이해할 뿐 아니라 말이 통한다’는 느낌을 받으면서 경계심을 누그러뜨린다. 이 씨는 전화 상담 틈틈이 고객들에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낸다. 이 씨는 컴퓨터에 130여 개의 문자메시지 목록을 저장해 놓고 상황과 시기에 따라 활용한다. 보험 만기를 앞둔 고객에게는 ‘다음 달이 자동차보험 만기입니다. 교보에서 든든하게 지켜드릴게요’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이 씨는 보통 한 고객을 설득하기 위해 7∼15번 문자메시지를 보내거나 통화를 한다.
○ 액수가 작은 계약부터 성공시켜라
화술만 가지고는 안 된다. 구체적인 정보가 뒷받침돼야 실제 구매를 유도할 수 있다. ‘정보 우위’를 가질 때 설득이 가장 힘을 얻기 때문이다.
황 씨는 최근 완고한 성격의 남성 고객에게 전화를 받았다. 황 씨가 해당 고객의 차량 옵션 등을 상세히 언급하면서 안전장치 옵션에 따른 할인율을 말해 주자 이 남성은 “차에 대해 아는 게 많은 걸 보니 당신의 말은 믿어도 되겠다”면서 보험에 가입했다.
이들은 또 어려운 요구는 최대한 늦추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우선 가격이 낮은 조건의 상품을 제시해 고객의 가입 의사를 확인받은 다음 “5000원만 더 내시면 2억 원까지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방법이다. ‘문간에 발 들여놓기(foot in the door)’로 불리는 이 기법은 자그마한 부분에서 합의 또는 동의가 이미 이뤄진 경우 약간 더 나아간 요청을 거절하면 사람들이 미안함을 느끼는 심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하지만 설득의 기술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근성’이라고 이들은 입을 모은다. “식사 시간을 제외하고는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 거의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아요.”(이 씨) “휴가도 잘 안 가요. 효율성도 좋지만 결국 누가 상담을 많이 하느냐가 승부의 관건이거든요.”(황 씨)
곽민영 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