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모델링 수주 잇달아
국내 대형 건설사들이 수도권의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올해 리모델링 시장이 약 7조∼8조 원(공사비 기준)에 달해 얼어붙은 국내 주택시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분야로 판단했기 때문.
리모델링 시장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업체는 쌍용건설이다. 이 회사는 올해에만 경기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동신1∼3차 아파트(3780채) 등의 우선협상대상자 및 시공사로 선정됐다. 재개발,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사업에 중점을 두고 일찍 시장에 뛰어든 것이 주효했다.
대우건설도 지난해 5개 단지 6500여 채를 수주한 데 이어 올해 경기 안양시 동안구 호계동 목련3단지 우성아파트(902채)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 사실상 ‘일대일 재건축’
리모델링 열풍은 재건축 규제완화가 사실상 어렵다는 판단이 큰 영향을 미쳤다. 각종 현안으로 발이 묶인 정부가 집값 상승의 불씨가 될 수 있는 규제완화 정책을 가까운 시일 내에 내놓기는 힘들다는 것.
관련 업계 전문가는 “전면적인 규제완화 없이는 재건축 추진이 불가능하다”며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의 큰 하락도 이러한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리모델링은 오히려 추진이 쉬워지는 추세다.
사업가능 연한이 준공 후 15년으로 줄었고, 주민 동의율은 과거 100%에서 현재는 전체 주민 3분의 2 이상으로 낮아졌다. 또 1층에 필로티를 설치하면 최상층을 1개 층 더 높일 수 있다. 사업추진 기간도 재건축의 절반에 불과한 2∼3년이면 가능하다. 재건축이 조합설립 이후부터 명의변경이 금지되는 반면 리모델링은 공사 중이더라도 매매가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
쌍용건설 조대희 과장은 “리모델링의 걸림돌이던 내력벽이나 기둥을 이동시키는 ‘구조기둥 위치변경’ 기술까지 등장해 사실상 일대일 재건축과 다를 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 가격 상승 지역의 대단지 골라야
리모델링으로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1차적인 목적 외에 시세차익까지 고려한다면 무엇보다 부동산 시장이 상승세인 지역의 아파트를 골라야 한다.
리모델링을 하려면 단지마다 차이는 있지만 3.3m²(1평)당 300만∼350만 원의 공사비가 든다. 현 시세에 총공사비를 합한 금액이 주변 아파트보다 낮아야 완공 뒤 시세차익이 생긴다. 리모델링 뒤의 시세차익을 위해 최근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인 1기 신도시와 서울 양천구 목동 등의 대형 위주 아파트를 매수하면 손해를 볼 수 있다.
커뮤니티 시설 조성을 위해 단지 내에 여유 공간이 있고, 면적 증가의 필요성이 커 주민 동의가 쉬운 중소형(60∼100m²)이 많은 단지가 유리하다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유엔알컨설팅의 박상언 사장은 “가격 상승기인 서울 도심권이나 은평, 길음, 왕십리뉴타운 주변에서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500채 이상의 단지가 상대적으로 투자가치가 높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