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체증으로 거북이걸음을 하는 차량 행렬 사이에서 현대자동차 클릭(현지명 겟츠)과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가 잇따라 지나갔다. 현대차는 거리에서 1분 새 3, 4대가 보일 정도로 러시아의 대중차가 된 느낌이었다.
러시아 유학생 이재성(32) 씨는 “현대차 때문에 모스크바 교통체증이 더욱 심해진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근 눈에 띄게 현대차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러시아에서 매년 30% 이상 판매를 늘리며 급성장하고 있다. 현대차는 5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연간 생산 10만 대 규모의 현지 공장 착공식을 연다. 물량이 모자랄 정도로 판매가 잘되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 러시아에 진출해 그해 100대를 판 현대차는 지난해 14만7843대를 판매하는 비약적인 성장을 했다. 러시아 전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5.8%다. 올해는 20만 대를 판매해 작년보다 35%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의 약진에는 러시아 자동차시장의 팽창과 적절한 가격, 높은 품질, 공격적인 마케팅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모스크바의 현대차 딜러점 ‘롤프’에는 이날도 차를 보려고 방문하는 고객이 많았다.
고객 샤를로노프 세르게이 씨는 “현대차는 중산층의 입맛에 맞는 차를 잘 만들고 있는 것 같다”며 “현대차와 도요타 차를 놓고 고민 중”이라고 했다.
드미트리 세르게예프 롤프 지점장은 “최근 현대차의 품질과 디자인이 좋아지면서 찾는 고객도 많이 늘어나 엘란트라의 경우 최대 3개월을 기다려야 한다”며 “러시아공장이 생기면 물량 공급이 원활해지고 ‘러시아 경제에도 도움을 주는 브랜드’라는 인식이 생겨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가 올해 4월까지 러시아에서 판매한 차종 중 80%는 소형과 준중형 모델이다.
중형차인 쏘나타는 7.3%, 대형차 그랜저는 0.3%에 그친다. 수익이 많이 남는 중·대형 모델 판매가 부진하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그랜저 3.3의 현지가격은 5만2000달러(약 5300만 원)로 중산층이 사기에는 비싸고, 상류층은 그 정도 가격이면 현대차보다 유럽산 차를 구입한다고 한다.
노조의 파업 문제도 풀어야 할 과제다. 현지 딜러들은 파업 기간이 다가오면 공급 부족을 우려해 3분의 1정도 주문량을 줄인다.
모스크바=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