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 강등’ 글로벌 금융사 2분기 실적이 최대 변수

  • 입력 2008년 6월 5일 03시 03분


美증시 신용위기 불안감 반영

다우-나스닥지수 나란히 하락

국내엔 서브프라임 여진 미미

유가-인플레가 시장 좌우할 듯

국제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과 관련해 미국 금융회사들의 신용등급을 잇달아 낮추면서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다시 확산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3일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는 전날보다 각각 0.81%, 0.44% 내린 채 마감했다.

하지만 국내 증시 전문가들은 미국 금융회사들의 추가 부실이 나타나더라도 국내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처럼 크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4일 코스피지수는 14.42포인트 올랐다.

○ 서브프라임 여진으로 미국 증시 출렁

2일(현지 시간) S&P는 모건스탠리의 신용등급은 ‘AA-’에서 ‘A+’로, 메릴린치와 리먼브러더스의 등급은 각각 ‘A+’에서 ‘A’로 하향 조정했다. 미국 투자은행(IB)들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부실자산을 추가로 상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였다.

월스트리트저널이 “리먼브러더스 홀딩스가 자금이 부족해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것도 불안감을 증폭시킨 원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로 촉발된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가 ‘최악의 상태’는 지났다는 데에 대체로 동의한다.

대우증권 이경수 연구위원은 “많은 글로벌 금융회사가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규모를 공개했지만 정확한 규모가 얼마인지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아직도 크다”며 “이 때문에 매 분기 금융회사들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미국 증시가 출렁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금융시장 위기가 다시 불거지더라도 그 규모와 증시에 미치는 충격은 이전보다 작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대투증권 서동필 연구원은 “금융회사들의 실적발표를 앞두고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추가 손실이 밝혀지거나 S&P의 신용등급 하향으로 해당 금융회사들이 보유한 파생상품 거래시장이 위축되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서 연구원은 “미국 중앙은행에서 유동화를 위해 뿌린 돈 등을 고려하면 미국 금융회사들이 곤경에 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달 중순부터 발표되는 글로벌 금융기관들의 실적이 미국 증시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국내 증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

미국 증시의 상황이 좋지 않지만 한국 증시 관계자들은 대체로 미국 금융회사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이나 실적발표가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증시는 3일 코스피지수가 28.14포인트 떨어진 1,819.39로 장을 마쳤으나 4일 14.42포인트 반등해 1,833.81로 마감했다.

삼성증권 오현석 파트장은 “미국 금융회사들의 실적 발표를 앞두고 상각규모가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하지만 국내 증시가 폭락할 정도의 충격은 주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오 파트장은 “오히려 지금 국내 증시에서는 유가와 인플레이션이 더 중요한 이슈이며 미국발 신용위기는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는 인식이 퍼져 있다”고 덧붙였다.

또 신영증권 이승우 연구원은 “미국 금융회사들의 실적이 안 좋게 나와 국내 증시에 충격을 미치더라도 시장의 움직임을 좌우하는 핵심 변수는 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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