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에 사는 A(64) 씨는 매일 아침 채용정보업체 홈페이지를 방문한다. 새로 나온 채용공고를 꼼꼼히 살펴 공기업이나 금융권 채용 정보가 있으면 바로 대학원생인 아들(29)에게 e메일을 보낸다.
A 씨는 “예전에는 전화를 했는데 아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요즘은 e메일 등을 이용한다”며 “구직활동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기업의 지원자격과 인재상까지 꼼꼼히 챙겨 아들에게 알려준다”고 말했다.
취업난이 심해지면서 부모들도 자녀의 ‘구직 활동’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채용정보업체 인크루트는 지난달 6∼9일 미취업 자녀를 둔 부모 212명에게 ‘자녀의 취업준비에 도움을 주는지’를 설문 조사한 결과 85명(40.1%)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4일 밝혔다.
도와주는 방법(복수응답)에 대해선 ‘취업에 대한 정보를 스크랩해 준다’(67.1%)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지원할 기업을 골라준다(42.4%) △이력서나 자기소개서를 함께 작성한다(21.2%) △취업박람회에 데리고 다닌다(7.1%) △면접장까지 따라간다(3.5%) 등의 순이었다.
한 대기업 인사담당자 B 씨는 “올해 5월 초 면접시험을 치렀는데 자녀를 따라 온 부모들로 로비가 북적였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에서 최근 출간한 ‘입사선호 40대 한국기업’ 등 취업에 도움이 되는 책을 구입해 자녀에게 선물하는 부모도 적지 않다.
인크루트는 자녀의 구직활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부모를 ‘헬리콥터족(族)’이라고 표현했다. 헬리콥터처럼 항상 자녀의 곁을 빙빙 맴돌면서 조언을 멈추지 않는 부모라는 뜻이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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