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는 FTA와 한 꾸러미 의회 비준에 걸림돌 될수도”

  • 입력 2008년 6월 5일 03시 09분


■ 美싱크탱크 ‘기업연구소’ 버필드 연구원 인터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을 자제해 달라는) 한국의 요구가 국제무역의 관점에서 볼 때 합리적인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만약 미국 측이 이 요구에 호응한다고 해도 단지 ‘일정한 기간’에 한정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워싱턴의 미국기업연구소(AEI)는 미 보수세력의 시각을 대변하며 조지 W 부시 행정부에 큰 영향력을 미치는 싱크탱크로 꼽힌다. AEI의 국제무역 전문가인 클로드 버필드(사진) 연구원으로부터 3일 한국의 미국산 쇠고기 논란 등에 대한 견해를 들었다.

―한국 정부가 어제 ‘30개월 이상 쇠고기의 수출을 자제해 달라’는 ‘수출자율규제’를 요청했는데….

“그것은 한국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나온 요구다. 과학에 근거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과학은 (특정위험물질이 아닌 부위의 경우) 월령에 따른 안전도를 구분하지 않는다. 만약 미국이 응한다고 해도 최대치는 1년 또는 일정하게 제한된 기간 정도가 될 것이다. 이를 넘어선다면 이미 국제사회에서 확보한 원칙(국제수역사무국의 광우병 위험통제국가 등급 획득을 의미)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다. 어제 미국 육류 수출업체들이 발표한 월령 표시도 문제 해결을 위한 또 다른 접근법이 될 수 있다.”

―만약 수출자율규제 정도에서 접점이 찾아진다고 가정할 경우 쇠고기 문제가 다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걸림돌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는가.

“그럴 가능성이 있다. (쇠고기 문제 해결을 한미 FTA 해결의 전제조건으로 주장해 온) 상원의 맥스 보커스 재무위원장이 받아들일지는 회의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통상 전문가는 “보커스 의원의 지역구인 몬태나 주는 상대적으로 30개월 이상 소 산출량이 많은 지역”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내에선 정식 재협상을 하자는 주장도 많다.

“한국 정부는 재협상을 하자고 주장하는 이들에게 ‘이는 미국과 한국에만 관련된 문제가 아니라 미국 쇠고기를 국제기준에 따라 승인해 준 국제기구와 관련된 것’이라고 분명히 설명해 주길 바란다. 국제사회가 요구하지 않는 걸 한국이 요구한다면 국제기준을 지키는 게 아니다. 물론 미국이 국제기준 이행에 실패할 경우 수출을 중단해야 하며 한국도 당연히 조치를 취할 권리가 있다.”

―왜 주요 쇠고기 수입국 중에서 한국이 먼저 제한 철폐의 대상이 되어야 하나.

“한미 FTA를 하는 게 궁극적으로 한국에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쇠고기 문제는 한미 FTA를 포함한 전체 패키지의 한 꾸러미다.”

버필드 박사는 “일정한 지점에서 한국 정부와 의회, 대중은 전체 FTA를 쇠고기 때문에 위험에 빠뜨릴지를 결정해댜 한다”며 “한국이 그렇게 결정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다. 한국의 민주주의에서 내린 결정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버락 오바마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당선돼도 한미 FTA 반대를 고수할까.

“정부 밖에서 비판하기는 쉽지만 대통령이 되면 우방과의 동맹 강화와 노조의 압력 등 상충하는 압력 사이에서 갈등하게 될 것이다. 다만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부시 행정부의 유산을 그대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이다. 취임하면 당장 해야 할 일이 매우 많아 첫 몇 개월에 다 다룰 수 없다. 2009년이나 2010년까지 갈 수도 있다.”

―어차피 미 의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없으므로 전략상 한국도 비준을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나오는데….

“한국이 ‘우린 우리 할 일을 다했다. 이젠 미국 너희가 너희 몫을 해야 한다’고 압력을 가해 미 의회를 부끄럽게 만들 수 있는 위치에 서길 바란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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