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정국과 맞물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일부 업체들이 매출 확대를 위해 전략적으로 촛불시위를 역이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일부 의류 업체들은 '이명박 왕따' 셔츠를 제작·판매해 수익을 올리는가 하면 광화문 일대 편의점들은 불법으로 인도에 가판대를 차리고 종이컵과 촛대를 판매하는 등 '순수한 의도'로 참여한 시민들을 마케팅 대상쯤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72시간 릴레이 시위가 시작된 6일 오후 7시경. 본격적인 시위를 앞두고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 네거리 부근에 시위 참가자들이 속속 모여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광화문 역에서 내려 시청광장 쪽으로 향하는 길. 인근 편의점에서 "촛불 사세요, 종이컵 있어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대기업 계열의 이 편의점 앞에는 편의점이 임시로 차려 놓은 가판대가 눈에 띄었다. 편의점 직원들은 아예 도로로 나와 시위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큰 소리로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광화문 일대 편의점들의 6, 7일 종이컵 판매량은 전 주 대비 20% 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편의점 관계자는 "전 주에도 촛불 집회가 열렸기 때문에 이 같이 나타났지만, 전년도 같은 시기에 비하면 '로또에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근 인터넷에서는 한 티셔츠 업체가 때 아닌 호황을 누렸다. 한 손에는 삽을 쥐고, 꼬리에는 오렌지가 꽂혀 있는 쥐가 앞면에 그려진 이 티셔츠는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을 쥐로 묘사한 것. 삽과 오렌지는 각각 대운하 건설과 영어 몰입교육을, 캐릭터 아래쪽의 '나는 찍지 않았'읍'니다'라는 문구는 이 대통령이 방명록에 실수로 '습니다'를 '읍니다'로 잘못 적은 것을 비꼬는 것으로 알려졌다.
4, 5월 인터넷 동호회 및 인터넷 쇼핑 등에서 판매됐던 이 셔츠는 최근 촛불시위 정국과 맞물려 다시 찾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상당 수 시위자들은 이 티셔츠의 그림과 같이 대통령을 '쥐새끼'라고 표현하며 차마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담은 피켓을 들고 촛불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일부 코미디 프로그램도 촛불시위 분위기에 편승하려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6일 방송된 MBC 개그야의 '파라요' 코너에서 개그맨 박준형은 "우리나라는 물 부족 국가가 아니다"라며 "얼마나 물이 많으면 물대포를 쏘겠느냐"며 비꼬았다. 그러자 방청석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박준형은 한 수 더 떠 "광화문 촛불은 잘 끄면서 숭례문 불은 왜 끄지 못했느냐"고 말했다.
이날 개그야의 시청률은 다른 채널의 경쟁 코미디 프로그램보다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마케팅 담당자는 "실적에 따라 울고 웃는 기업 등에게 '대통령 왕따 현상'은 또 하나의 기회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기업들이 특정 매체에 광고를 한 것에 대해 사과문을 띄우는 것이나, 매장 앞에 매대를 설치하고 촛불을 파는 목적은 똑같은 '매출 신장'이며 촛불 시위의 순수성은 전혀 고려 대상이 아니라는 것.
이 관계자는 "촛불 시위대가 냉정을 되찾을 필요가 있다"며 "흥분한 나머지 기업들의 경영활동을 방해하거나 기업들의 마케팅에 역이용 되는 것은 스스로 순수성을 훼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나성엽 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