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물만 먹고 사니?”
롯데칠성음료의 ‘2% 부족할 때’가 예전 광고를 리메이크한 복고(復古) 마케팅으로 재기를 노리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광고 모델에 조인성과 박시연을 기용해 2000년대 초 유행어였던 광고 카피를 재시도했다.
○ ‘아침햇살’ ‘2%’ 부진 털고 재도약 모색
1999년 처음 나온 ‘2% 부족할 때’는 독특한 제품명으로 소비자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모델 전지현과 정우성의 ‘사랑은 언제나 목마르다’, 핑클의 ‘날 물로 보지마’ 등 감성적인 광고 카피로 인기를 끌어 2000년에는 연간 16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제로 칼로리’를 앞세운 차음료에 밀려 매출이 해마다 줄더니 2004년에는 1000억 원, 지난해엔 500억 원에 그쳤다.
박재항 제일기획 브랜드마케팅연구소장은 “2% 부족할 때는 화제성 있는 광고로 성공했지만 음료시장의 참살이(웰빙) 트렌드는 따라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웅진식품은 최근 쌀음료 ‘아침햇살’을 10년 만에 개조해 선보였다. 속을 편안하게 해주는 마 성분을 넣었고 병 디자인도 세련되게 바꿨다.
웅진식품은 아침대용식 음료라는 점을 강조하며 고소영과 이병헌, 송혜교 등 톱스타를 광고 모델로 써 2000년에는 아침햇살로만 매출 1000억 원을 올렸다. 그러나 이 음료는 경쟁적으로 등장한 아침대용식 음료들 사이에서 차별화하지 못하고 지난해 매출이 160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 단순히 ‘스타 마케팅’만으로는 한계
한국야쿠르트 ‘윌’은 처음 나온 2000년부터 매출 1000억 원대에 진입했고 꾸준히 성장해 지난해엔 2400억 원어치가 팔렸다.
이 회사는 윌이 위에 해로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균을 억제하는 발효유라는 기능을 강조한 마케팅을 고수해 왔다. 광고 모델이었던 호주의 배리 마셜 박사가 2005년 노벨의학상을 수상하면서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높아졌다.
동아오츠카의 ‘포카리스웨트’는 감성과 기능을 조화시킨 마케팅 사례다. 그리스 산토리니 섬의 바다를 배경으로 찍은 광고는 제품 용기의 파란색을 상징화해 갈증을 풀어주는 이온 음료라는 점을 부각시켰다.
코카콜라가 빨간색이나 북극곰 등의 상징물을 콜라와 연관지어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방식으로 장수마케팅을 한 전략과 비슷하다. 포카리스웨트 매출은 지난해 1120억 원으로 해마다 1000억 원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남양유업은 다이어트를 키워드로 내세운 차음료 ‘몸이 가벼워지는 시간 17차’가 지난해 1070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히트하자 지난달 미용을 강조한 자매품 ‘맑은 피부로 돌아갈 시간 17차’를 내놨다. 2005년부터 줄곧 전지현을 모델로 써온 이 회사는 앞으로도 계속 전지현을 내세울 계획이다.
서울대 김난도(소비자학) 교수는 “톱스타 광고에만 의존할 경우 스타의 수명에 제품의 생사가 좌우되는 위험 부담이 있다”며 “단순히 스타마케팅에만 의존해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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