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직결 사안… 대통령령-부령이 적합
대통령에게 고시 연기-재협상 목소리 전달”
이석연 법제처장이 10일 “쇠고기 장관 고시(告示)는 위헌 소지가 많다”고 밝혀 파장이 일고 있다.
그간 쇠고기 장관 고시가 위헌 소지가 있다는 지적은 학계나 정치권에서도 나왔다. ‘민주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등은 위헌 소송까지 제기했다. 하지만 현 정부의 고위 관계자이자 헌법 전문가인 이 처장의 지적은 특별한 관심을 끌 수밖에 없다.
이 처장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쇠고기 장관 고시의 위헌 문제를 지적하면서 1일 이명박 대통령을 독대해 건의한 내용 등을 소개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쇠고기 장관 고시는 어떤 점에서 위헌 소지가 있나.
“내용 자체가 아니라 형식이 문제다. 현행 ‘가축전염병예방법’은 장관이 수입위생조건을 정해 고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지만 위생조건은 국민 건강과 직결되는 것인 만큼 장관 고시가 아니라 국무회의에서 논의되는 대통령령이나 법제처의 심사를 받는 부령을 통해 발효되도록 해야 했다. 고시로 위임하는 것은 위임 입법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위헌 소지가 많다.”
―대통령에게도 이 같은 문제점을 건의했나.
“1일(일요일) 대통령에게 단독 면담을 신청했다. 쇠고기 장관 고시와 관련해서는 공론화가 부족한 만큼 3일로 예정된 장관 고시 관보 게재를 무조건 연기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또 그간 여러 루트를 통해 종합한 의견을 전달했다.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을 일괄적으로 복당시켜야 한다고 했더니 대통령은 ‘참 좋은 생각이다. 동감이다’라고 했다. 아울러 많은 사람이 대통령의 독선을 지적하고 있다고 전하면서 대통령이 국민과 소통하지 못하는 것처럼 비친 것은 참모들이 직언을 하지 않은 탓으로 이번 사태와 관련해 상징적 인물을 교체해야 하며, 제가 책임이 있는 사람이라면 저도 교체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고 했다.”
―여러 루트라면 무엇을 뜻하나.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 달 넘게 박원순 변호사 등 진보 진영 인사들을 두루 접촉했다. 그분들은 모두 쇠고기 문제는 재협상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대통령에게 이른바 진보 진영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이 여권 내 권력투쟁으로까지 번졌는데, 해결책은 무엇이라고 보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를 국무총리로 기용하는 것이 정국 안정에 가장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현 단계에서 국민을 설득할 수 있는 최상의 적임자는 박 전 대표다. 그러나 인사권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다.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박 전 대표의 총리 기용 문제는 건의하지 않았지만 대통령이 박 전 대표를 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 말씀드렸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