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타깃은 증권업” 소문… 생보사 인수 전망도
《롯데그룹이 금융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1월 부동산자산관리회사인 롯데자산개발을 설립한 데 이어 4월에는 대한화재 인수 작업을 마쳤다. 또 9일 투자자문업계 1위인 코스모투자자문 인수를 선언하는 등 금융업을 향한 롯데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졌다. 롯데그룹 내 금융 관련 계열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자산 규모로 6조 원으로 전체 그룹 자산 40조 원 가운데 15%를 차지한다. ‘자산운용업-손해보험-카드-자산개발’로 이어지는 금융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셈이다.》
롯데의 금융업 영토 확장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신동빈 롯데그룹 부회장은 1997년 부회장에 취임한 뒤 수차례 “서비스 산업이야말로 돈이 된다”며 “계기가 되면 금융업을 크게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뱅커 출신 신동빈 부회장
1981년 일본 노무라증권 런던지점에 근무하면서 금융업과 첫 인연을 맺은 신 부회장은 1995년 부산할부금융(현 롯데캐피탈) 설립에 관여했다. 2002년에는 동양카드(현 롯데카드)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또 그룹 내 태스크포스(TF)팀을 만들어 보험업 진출을 추진해 대한화재를 인수하는 결실도 맺었다.
‘롯데는 땅 부자’라는 일각의 인식과 달리 최근 롯데그룹 행보에서 신 부회장의 금융 마인드를 읽을 수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과거 땅을 사서 점포를 짓고 매장을 운영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매각 후 재임대(Sales & Leaseback) 방식을 일부 점포에 적용하고 있다.
이를 위해 지난해 11월 롯데자산개발을 설립해 백화점과 마트의 기존 건물을 유동화하고 부동산개발 기법을 통해 토지를 사지 않고도 입점할 수 있도록 했다.
신 부회장은 일본의 망한 유통회사와 살아남은 유통회사의 차이를 자산유동화의 성패에서 찾고 이를 철저히 롯데에 적용해왔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 증권, 생명보험도 인수설
다음 타깃은 증권업이 될 것이라는 얘기가 재계와 증권가에서 나돈다.
롯데 측은 “코스모투자자문을 자산운용사로 전환할 계획이며 현재로서는 증권사 인수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까지 한양증권과 물밑 인수협상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대신증권 인수설이 증권가에 퍼지기도 했지만 그룹 측에선 부인했다.
지난해 말 기준 롯데그룹의 유보현금이 13조6000억 원에 달하는 만큼 이 돈을 굴릴 증권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그룹은 다른 대기업과 달리 금융위원회에 신설 증권사 신청도 하지 않았다.
롯데가 사업 지주체제로 전환하기 위해 금융회사를 매각하려는 그룹들의 계열 생보사 인수 전에도 뛰어드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롯데가 삼성을 모델로 삼아 금융그룹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해석도 있다. 삼성은 과거 안국화재와 동방생명, 국제증권을 인수해 현재의 금융사업을 일궜다. 신 부회장은 올해 들어 그룹 임직원들에게 삼성의 창조경영을 배워야 한다고 종종 이야기한다.
홍성수 NH증권 연구원은 “유통이라는 플랫폼과 금융업이라는 콘텐츠를 함께 가져갈 경우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