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력 발목잡는 ‘불량 규제’

  • 입력 2008년 6월 12일 03시 04분


하루 고용해도 8시간 안전교육… 송전탑 비용 기업에 떠넘겨

‘긁히기만 해도 산업재해, 8시간 근무 위해 8시간 교육, 외국 화장품은 3차 포장 허용해도 한국 화장품은 금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11일 비현실적이거나 내용이 모호해 기업 활동의 발목을 잡고 있는 불량규제 30건을 발표했다.

전경련은 3월 회원사 대상 전수조사에서 접수한 512건의 애로사항을 토대로 공정거래, 토지이용, 금융, 환경, 안전 등 17개 분야 200개의 규제 개혁 과제를 선정한 뒤 △비현실적인 규제 △저품질 규제 △내용이 모호한 규제 △중복 규제 △투자 저해적인 규제 △역차별적 규제 △공공부담을 민간에 전가하는 규제 등 7개 유형 30건의 불량규제를 최종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준수 가능성이 희박한 비현실적인 규제로는 근로자를 고용할 때 고용 기간에 관계없이 8시간 안전교육을 의무화하고 있는 조항이 우선 꼽혔다.

A기업 관계자는 “회사 청소를 위해 일용직 근로자를 하루 고용해도 8시간 안전교육을 시켜야 하기 때문에 실제 일할 시간은 전혀 없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또 경미한 부상에도 보통 2주 진단이 나오는 현실을 무시하고 4일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 사고가 발생하면 관계부처에 재해 사실을 보고하도록 의무화한 규정, 여성 고객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하고 전신 피부 관리를 반드시 공개된 공간에서 하도록 한 규정도 지키기 어려운 규제로 지목됐다.

규제 준수 비용에 비해 효율성이 낮은 ‘저품질 규제’로는 환경기준을 잘 지킨 우수업체가 오히려 더 적은 대기오염물질 배출 총량을 책정받아 손해를 보게 되는 사례 등이 지적됐다.

골프장은 체육시설로 간주해 회원 모집을 허용하면서도 놀이공원 등 관광시설은 회원 모집을 매우 제한적으로 허용한 것이나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를 위한 연구시설은 주 시설보다 커서는 안 되는 ‘부대시설’로 취급해 연구개발 의지를 꺾는 규정도 불량규제로 선정됐다.

이 밖에 공장 주변에 학교가 들어서자 교육시설 법정 소음기준을 적용해 멀쩡한 공장의 문을 닫게 만들거나 산업시설에 필요한 송전탑을 해당 기업이 직접 설치하라고 떠넘겨 기업 부담을 크게 늘린 사례도 지적됐다.

양금승 전경련 규제개혁팀장은 “새 정부가 규제 개혁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제 기업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것부터 개선이 필요하다”며 “입법으로 해결해야 할 부분은 국회가 조속히 정상 개원해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전경련이 선정한 주요 불량규제
부문내용
비현실적 규제-실제 근무시간에 관계없이 안전교육(8시간) 이수 의무화
-4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재해는 무조건 산업재해로 간주
효율성이
낮은 규제
-연간 의약품 제조량의 10% 이상은 소량 포장 의무화
-화장품 포장공간 비율 20% 제한
모호한 규제-오염물질 배출량은 배출시설별 기준으로 부과하도록 규정했는데도 관계기관 해석상 배출구(굴뚝) 기준으로 부과
중복 규제-개발사업 때 건축허가, 환경평가, 산지전용 단계마다 경관 심사
-건설 관련 법령 위반하면 제재처분 받고 입찰 때도 불이익
투자 저해적
규제
-놀이공원 등 관광시설은 회원제 모집행위 금지
-연구개발(R&D) 투자를 위한 연구시설은 ‘주시설’이 아닌 ‘부대 시설’로 간주
역차별적 규제-외국 화장품은 3차 포장 가능한데 국내 화장품은 3차 포장 금지
공공부담을
민간에 전가
-산업단지 전기공급시설은 사용자가 직접 설치
-매연저감장치 관리운영 책임을 제조업자에게 전가
자료: 전국경제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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