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을 보러 가면서 문득 궁금해지더군요.
신세계는 1993년 이마트 1호점인 창동점을 열었습니다. ‘이코노미(Economy)’ ‘이지(Easy)’ ‘에브리데이 로 프라이스(Everyday Low Price)’의 맨 앞자를 따 ‘이(E)마트’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당시에 밝혔습니다. 경제적이면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매일 싼 가격에 제품을 파는 곳임을 강조한 것이었죠.
그러나 신세계마트가 아닌 이마트가 된 데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당시 대형마트 사업 시작을 앞두고 신세계 임원들은 이름 짓기에 고심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해외의 유명 대형마트들이 설립자 이름을 딴 것에 착안해 이명희 회장의 성을 딴 ‘이(李)마트’를 생각해냈다고 하네요.
미국의 대형마트인 월마트는 설립자 샘 월튼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지금은 코스트코에 합병된 프라이스클럽도 설립자인 솔 프라이스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죠. 하지만 오너 이름을 거론하기 조심스러웠던 신세계는 이마트 이름의 진짜 유래를 공식적으로 알리진 않았습니다.
이 회장의 남편인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의 성을 따 ‘정(鄭)마트’가 됐다면 어땠을까요? 정 명예회장이 당시 대형마트 사업 진출을 적극 제안한 사람이니까요. 실제로 신세계 내부에선 한때 정마트도 고려했지만 부르기 쉽고 여러 가지 함축적 의미를 띤 이마트로 최종 낙점했다고 합니다.
영국 테스코와 삼성물산의 합작회사인 삼성테스코는 홈플러스를 운영하고 있지요. 전 세계의 테스코 계열 대형마트 가운데 이름에 ‘테스코’를 넣지 않은 것은 한국이 유일합니다. 삼성물산은 1997년 ‘생활에 플러스(+)가 된다’는 뜻의 홈플러스를 선보였고 1999년 테스코와 합작한 뒤에도 이 이름을 고수했어요.
홈플러스라는 이름은 오히려 영국으로 역수출됐어요. 테스코는 2005년부터 인테리어제품과 의류, 가전 등을 주력으로 하는 새 마트를 선보이며 이 이름을 붙였습니다. 현재 영국에 7개의 홈플러스 점포가 있어요.
롯데쇼핑은 원래 대형마트에 ‘롯데마그넷’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고객들을 자석처럼 끌어 모은다는 의미였죠. 그러다 대형마트로서의 인지도를 높일 수 있도록 2002년부터 롯데마트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신성미 기자 savo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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