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상결과 서울서 발표” 철통보안속 진행

  • 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8분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13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기 위해 워싱턴의 USTR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후 4시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대기 중인 승용차를 타고 USTR 청사로 직행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오른쪽)이 13일 수전 슈워브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나기 위해 워싱턴의 USTR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김 본부장은 이날 오후 4시 워싱턴 인근 덜레스 국제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대기 중인 승용차를 타고 USTR 청사로 직행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한국, 자율규제 지켜지도록 美공식문서 요구

미국, 일단 부정적… 양측 협상 줄다리기 팽팽

■ 쇠고기 추가협상 어떻게 되나

《한국과 미국은 14일 워싱턴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놓고 이틀째 추가협상을 벌였다. ‘30개월 이상 쇠고기를 일정기간 수출하지 않겠다’는 미국 업계의 자율규제를 한미 양국이 정부 차원에서 어느 정도 보장할 것인지가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다. 한국 정부는 자율규제가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공식문서로 보장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체적 보장 방안으로는 수출용 쇠고기를 다루는 작업장이 소의 도축에서 가공까지 수입국의 요구에 맞춰 처리할 것을 규정하는 수출증명(EV) 제도 적용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미국은 이에 대해 좀처럼 수용의사를 보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는 이 같은 요구를 들어줄 경우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을 허용한 한미 수입위생조건의 내용과 배치되는 데다 일본 대만 등 다른 수입국과의 협상에서도 불리한 선례가 될 것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협상에는 한국에서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과 박덕배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 최석영 주미한국대사관 경제공사를 비롯해 8명이, 미국에서는 수전 슈워브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농무부 실무진 2명을 포함해 6명이 각각 참석했다.

○ 초긴장 속 협상

13일 입가에 웃음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으로 워싱턴 덜레스 공항을 찾은 김 본부장은 14일에도 굳은 표정이었다.

이날 노타이 차림으로 오후 2시경 워싱턴 USTR에 도착한 김 본부장은 취재진이 협상 전망에 대해 묻자 “끝나고 서울 가서 (발표) 하겠다”고 말한 뒤 더는 입을 열지 않았다.

오후 5시 반경 회담이 끝나고 나올 때도 “내일은 하루 쉬기로 했다. 서로 내부협의를 한 뒤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말만 남긴 채 서둘러 대기하고 있던 승용차에 올랐다.

김 본부장은 전날 오후 8시경 첫 회담이 끝난 뒤에도 “실효성 있는 회담이 되게 하겠다”고 말했을 뿐 취재진의 질문에 더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레첸 하멜 USTR 부대변인은 “이번 협상이 어렵고도 중요하다(tough and critical)”라고 표현해 양측의 줄다리기가 팽팽하게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 “자율규제가 가장 현실적 방안”

정부는 전면적인 쇠고기 재협상 대신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출에 대한 미국 측의 자율 규제가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이라는 생각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15일 “사실상 재협상에 준하는 효과를 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가 한국 식탁에 오르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미 양국 간에 긴밀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쇠고기 재협상을 계속 주장할 경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핵심 중 하나인 자동차 부문에 대한 재협상을 미국 측이 요구할 명분을 주게 되며, 이는 한국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통상교섭본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등 협상 주무 부처는 공식적으로 추가 협상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다. 협상 결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과도한 기대가 형성될 수 있고, 협상 카드가 미국 측에 노출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미 쇠고기 추가협상은 시한이 정해져 있지 않다. 그러나 슈워브 USTR 대표가 미중전략대화에 참석하는 점을 고려할 때 김 본부장은 17일까지 협상을 마치고 귀국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W P “美행정부, 한국정부 활로찾게 반드시 도와야”

NYT “한국인 분노, 쇠고기 수입과정 자존심 상한 탓”

■ 美언론 “한국이해를” 목소리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와 관련해 추가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언론 사이에서 ‘한국을 이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4일자 사설에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의회는 한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설은 “한국과 협상에 임하는 미국 대표는 이명박 대통령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이 활로를 찾을 수 있도록 반드시 도와야 한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사설은 또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는 등 한국민의 반응은 비이성적인 것이지만, 미국도 종종 외국의 수입 결정에 대해 도가 지나친 대응을 한 적이 있다”고 지적했다.

사설은 민주당이 다수당인 미 의회에 대해 “반세계화 정서에 편승해 한미 FTA를 고사시킨 뒤 한국을 비난하는 것이 손쉬운 길처럼 보이겠지만, 그보다는 저항을 무릅쓰고 자국을 위해 옳은 일을 하려는 이 대통령의 행동을 본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도 서울에서 연일 벌어지고 있는 촛불시위의 기저에 흐르고 있는 한국민들의 민심을 읽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12일자 기사에서 “한국인이 분노하는 것은 오직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의 부적절함 때문만이 아니라 쇠고기 수입 재개 결정 과정에서 자존심에 손상을 입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한국인에게 이번 쇠고기 논란은 단지 국민건강이나 과학에 대한 것만이 아니며, 대통령이 강대국의 압력에 저항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일종의 시험으로도 인식되고 있는 셈”이라고 보도했다.

미국의 대표적인 공영방송인 NPR도 13일 한국 내 시위 상황을 자세히 전한 뒤 “미군 감축과 쇠고기시장 개방 요구처럼 (한국인들은) 부시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지나치게 한국에 양보를 강요한다고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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