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선적 돌려보낼 순 없어” 대란 막기 안간힘
의왕 컨테이너기지 軍트레일러 야간에도 지원
‘어떻게 하든 물류대란은 막자.’
전국 항만의 화물처리 움직임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다.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 거부 5일째를 맞아 항만이 마비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다.
군 트레일러와 야드 트랙터가 쉴 새 없이 오가며 컨테이너를 나르고 있다. 야적장이 꽉 차자 바지선까지 동원하는 등 항만 책임자들은 안간힘을 쓰고 있다.
▽부산항=“항만 마비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외국 선사가 부산항에는 못 오겠다고 하는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부산항 관리를 책임지는 부산지방해양항만청 주성호 청장은 “물동량 처리가 멈춘 것은 아니다. 평시 대비 절반가량이 줄어든 상태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는 “파업 초기에는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가 10∼20%대에 머물렀으나 16일 이후 40% 정도까지 높아졌다. 화물연대를 설득하고 운송연합회와도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 관련 기관과 터미널 운영사는 항만 마비 사태를 막기 위해 부두 내 장비와 시설을 24시간 가동하는 중이다.
군 트레일러 82대를 투입해 3교대로 화물을 나르고 있으며 바지선 2척을 확보해 북항과 신항을 하루 4회 오가며 컨테이너 600여 개를 처리하고 있다.
또 부두 내에서만 운행이 가능한 야드 트랙터 176대가 부두 밖 임시 장치장까지 운행하도록 임시 허가증을 내줬다. 자가용 화물차 160대에 대해서도 영업을 허가했다.
부두 밖 임시 장치장의 컨테이너 보관 능력은 20피트짜리 컨테이너 기준 1만3000여 개. 17일 현재까지 1050여 개가 보관돼 아직 여유가 있다고 주 청장은 말했다.
그는 “상황이 어려우면 북항 물량은 부산신항으로, 감만부두 물량은 좀 더 여유가 있는 신선대 터미널로 돌리는 등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다”며 “외국 선사가 부산항의 화물연대 파업을 어떻게 생각하고 평가할지 걱정이다”고 말했다.
▽인천항과 광양항=중국 칭다오(靑島)의 한국 기업이 제작한 텐트 550t이 카페리호를 통해 17∼23일 도착할 예정이다.
사이클론으로 수많은 사상자와 이재민이 발생한 미얀마의 난민촌에 유엔이 보낼 긴급구호품.
17일 인천항에 도착한 텐트 264t을 1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하는 태국행 항공기 편으로 보내기 위해 긴급 대책회의가 이날 오전 열렸다.
인천지방해양항만청은 점심시간이 지나 화물연대의 감시와 방해가 비교적 느슨한 오후 2시부터 경찰의 지원을 받아 1정문을 통해 공항으로 보내기로 결정하고 특별 수송작전을 시작했다.
경찰은 이에 앞서 2개 중대 병력을 1정문에 배치해 화물연대 노조원이 방해하지 못하도록 조치했다. 트레일러 12대에 텐트를 나눠 싣고 30분 만에 인천항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인천항 비상수송대책본부 김성수 서기관은 “정해진 기간에 해외로 반드시 보내야 할 물품을 제때 선적하지 못할 경우 국가 신인도가 떨어질 수 있다”며 “사전에 화물연대에 알려지면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특별수송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항의 경우 트레일러 800여 대가 멈춰 있다. 비상수송위원회는 야드 트랙터 102대와 군 트레일러 5대를 동원해 하루에 800∼1000여 개의 컨테이너를 수송하고 있다.
비상수송위원회는 이번 파업에 비조합원이 대거 동참하면서 2003년과 2006년 파업 때보다 물류대란이 심각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12일 국토해양부에 야드 트랙터 운행 허가를 건의했다.
박복규 코레일 물류계획팀장은 “업체가 요구한 숫자는 훨씬 많고 사정도 급했다. 하지만 차량은 제한돼 있어 평소 수송량에 따라 배분했다”고 설명했다.
16일부터는 24시간 지원 체제로 바뀌어 군 차량과 병력이 야간에도 운행한다. 군용 차량 운전병은 80명에서 90명으로 늘었다.
여기에 운송업체의 직영 차량과 운행을 시작한 비노조원 등 1000여 명이 비상수송위원회를 직간접으로 지원한다.
물동량 기준으로 국내 6위인 평택항은 컨테이너 야적장 2곳 가운데 국제여객터미널 야적장(적정 1400TEU)의 장치율이 105%로 포화 상태.
자동차를 실어 나르는 카 캐리어가 555대나 있지만 대부분 파업에 동참하고 1일 평균 30∼40대의 차량만이 운행한다.
이 때문에 평소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던 운행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늘렸다.
평택항만청 양경석 부두계장은 “다른 항만에 비해 여유가 있지만 파업 장기화에 대비해 임시 야적장 1만6000m²를 마련했고, 평소 4단 높이의 컨테이너를 임시방편으로 5, 6단으로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의왕=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변영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