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현 회장 등 경영진, 종합금융그룹 변신 이끌어… IT-패션 등 새 동력 발굴도
《고 이양구 회장이 1957년 설립한 동양시멘트가 모태인 동양그룹은 1989년 현재현 회장 취임 이후 금융 분야 비중이 크게 높아졌다. 지난해 동양그룹의 매출액 5조4000억 원 가운데 동양생명, 동양종합금융증권(동양종금증권) 등 금융부문의 매출이 70%를 넘었다. 동양종금증권은 최근 증권사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은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시장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으며, 동양생명은 9년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동양은 증권, 보험 외에도 자산운용, 선물 등 은행을 제외한 전 부문에 걸쳐 금융 자회사를 두고 있다. 시멘트에서 출발한 동양이 종합금융그룹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데에는 현 회장의 ‘일등정신’과 계열사 전문경영인들의 책임경영이 자리 잡고 있다. 평소 ‘일등정신’을 강조하는 현 회장의 집무실에는 ‘병교필패(兵驕必敗)’라고 적힌 액자가 걸려 있다. ‘교만하면 반드시 패하기 때문에 겸손하라’는 뜻이다. 현 회장은 “병교필패는 나 자신에 대한 경계”라고 강조한다. 그는 검사 출신이라는 특이한 이력에다 재계 총수 가운데 보기 드문 금융 전문가이기도 하다. 요즘도 매월 금융계열사 최고경영자(CEO) 회의를 직접 주재하면서 글로벌 금융기업으로 가기 위한 전략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 동양의 변신을 이끈 핵심 주역들
현 회장은 197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부산지검 검사로 재직하다가 이양구 회장의 맏딸인 이혜경 씨와 결혼하면서 동양과 인연을 맺는다.
1977년 동양시멘트 이사 직함을 달고 재계에 입문한 그는 장인인 이 회장에게서 혹독한 경영 수업을 받았다. 현 회장이 동양을 금융그룹으로 탈바꿈시키겠다는 밑그림을 그린 것도 이때였다고 한다.
그의 첫 금융사와의 인연은 1984년 일국증권(현 동양종금증권)의 인수였다. 당시 자본금 20억 원에 지점이 단 하나였던 일국증권을 인수 5년 만에 10대 증권사로 키워냈다.
현 회장은 이어 동양경제연구소(1987년) 동양투자자문(1988년) 동양생명(1989년) 동양창업투자(1989년) 동양선물(1990년) 등 금융 계열사를 차례로 설립했다. 1990년에 대우투자금융을 인수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기틀을 갖추게 된다.
하지만 금융부문이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 전까지는 동양시멘트가 그룹의 성장을 이끄는 중추 역할을 했다.
그룹 변신의 최전선에는 동양시멘트와 동양메이저를 진두지휘한 노영인 부회장의 역할이 컸다. 1969년 동양시멘트 공채로 입사한 노 부회장은 자재, 영업, 수출 등 핵심 업무를 두루 경험한 ‘동양의 산증인’이라는 평을 듣는다.
동양생명 대표를 맡아 부실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성장 기반을 다진 후 1998년 동양시멘트 대표로 복귀했다. 이후 침체기에 있던 내수시장에만 의존하지 않고 수출 개척에 몰두하면서 활로를 텄다. 숫자에 밝고 현장을 직접 챙기는 스타일이라는 평이 많다.
박중진 동양생명 부회장은 동양종금 동양증권 동양생명 등 금융계열사에서만 20여 년을 보내 금융 분야의 멀티플레이어라는 소리를 듣는다. 2001년 동양증권 사장 시절 울산현대종금 합병 등 3차례 주요 합병을 주도했다. 지난해 811억 원의 순이익을 남겨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일궈냈다. 박 부회장은 올해 하반기(7∼12월) 기업공개를 통해 동양생명의 제2 도약을 구상 중이다.
○ 계열사를 이끄는 전문경영인들
전상일 동양종금증권 사장은 동양증권에서 자산운용, 기업금융 등 실무 경험을 쌓고 동양선물, 동양투신운용 대표를 지낸 실무형 CEO다. 소탈한 성격에 ‘드러내지 않는 리더십’으로 동양종금증권을 선두권 증권사로 키워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국적 컨설팅업체 임원 출신인 염용운 동양매직 사장은 1998년 동양매직 영업본부장으로 영입된 경영전략가다. 컨설팅업체 출신답게 전략적 분석에 뛰어나다는 평을 듣는다.
영업본부장, 마케팅·개발 총괄 등을 지냈고, 대표 취임 이후엔 신사업 발굴, 해외시장 개척 등에 집중하고 있다.
유준열 동양시스템즈 사장은 그룹 내 주요 금융계열사를 두루 거친 금융통이다. 지난해 금융전문 정보기술(IT) 서비스 기업인 동양시스템즈 사장 취임 이후 해외 시장 진출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추연우 동양메이저 건설부문 대표이사 부사장은 그룹 투자사업본부장으로 현 회장을 보좌하면서 그룹의 구조조정을 총괄했다. 지난해 4월 동양메이저 건설부문 대표를 맡아 한동안 주춤하던 매출을 100% 이상 성장시켰다.
정진석 그룹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은 동양창업투자, 동양투자신탁운용의 대표이사를 거친 국제금융 전문가다. 지난해 본부장 취임 이후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 지주회사 전환 등 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백창기 동양투신운용 대표이사 부사장은 지난해 대표 취임 당시 6조 원이던 수탁액을 1년여 만에 10조 원대로 끌어올려 대형 자산운용사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다졌다.
박철원 동양메이저 부사장은 2005년 동양오리온투자신탁증권 대표로 취임해 동양종금증권과의 성공적인 합병 작업을 수행했다. 지금은 동양메이저에 흡수 합병된 한일합섬을 맡아 회사 사업구조를 섬유, 의류수출, 패션 등 의류패션 전문기업으로 재정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동양창업투자 박형태 대표이사 전무는 대학교수를 지내다 영입된 경우. 해외 기업에 대한 직접 투자는 물론, 선진투자기법과 미래산업의 기술 동향을 국내 투자에 접목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2008 재계 파워엘리트’ 시리즈는 매주 화 목요일 게재됩니다.
▼이혜경 부회장 ‘디자인 경영’ 내조
금융그룹으로 면모를 갖춰 가고 있는 동양그룹은 최근 레저, 패션, 온라인 등 신규 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올해 초 ‘디자인 경영’을 선언한 동양의 신규 사업 정점에는 현재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그룹 부회장이 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그룹의 디자인 경영을 총괄하는 CDO(Chief Design Officer)를 맡아 ‘디자인 경영’을 주도하고 있다.
이화여대 생활미술학과를 졸업한 이 부회장은 전문가적인 감각에다 실무 능력까지 겸비해 회사 안팎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창업주인 고 이양구 회장의 맏딸인 이 부회장은 1990년부터 동양매직 디자인 담당 고문으로 일하며 실무를 익혔다.
동양매직 제품이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디자인 관련 상을 휩쓴 데도 역할이 컸다. 그는 20년 가까이 동양그룹의 공익법인인 서남재단의 이사로 활동했지만, 노출을 꺼리는 성품으로 이 같은 활동은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그룹 부회장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동양레저·동양리조트를 이끌고 있는 이영운 대표이사 전무는 ‘불도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현장밀착형 최고경영자다. 동양시멘트 출신인 그는 2000년 동양레저 대표에 취임한 이후 경기 안성시 파인크리크, 강원 삼척시 파인밸리, 안성시 웨스트파인 골프장 등을 잇달아 개장하면서 그룹 레저 부문의 대표적 경영인으로 자리 잡는다.
오태경 동양온라인 대표이사 상무는 동양의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인 온라인 비즈니스를 책임지고 있다. 뛰어난 기획력과 온라인 사업 감각으로 취임 2년 만인 지난해 동양온라인을 흑자로 전환시켰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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