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주 협박’ 애꿎은 피해… 中企들 발만 동동

  • 입력 2008년 6월 20일 03시 01분


“조직폭력배가 따로 없습니다. 욕설은 기본이고 하루에 100∼200통의 협박 전화를 받고 있으면 평정심이 무너지고 사업 의욕도 꺾여 출근할 마음조차 안 생깁니다.”

최근 동아일보에 광고를 게재한 뒤 일부 세력의 전화 협박에 시달린 국가공인자격증 시험교재 출판사 사장은 19일 오후 출근하지 않고 집에서 전화를 받았다.

그는 “회사 규모가 작아 신문 광고는 영업 활동에 꼭 필요하고 시험 원서 접수 마감이 8월로 다가와 지금은 한창 영업을 해야 할 시기인데 아무것도 못하고 있다”며 “전체 직원이 15명밖에 안 되는 영세한 회사가 일부 세력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받고 있는데도 어디 호소할 곳이 없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동아 조선 중앙일보 등 3대 메이저 신문에 광고를 낸 기업들에 대한 일부 세력의 협박 공세가 대기업은 물론 중견기업이나 중소기업으로까지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신문 광고가 마케팅 및 매출과 직결되는 업종에서 피해가 더 크다.

한 관광업체는 전화 협박뿐 아니라 사실상 범죄 행위에 해당하는 ‘영업 방해’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일부 세력이 여행 약관상 ‘20일 이내에 취소하면 위약금을 안 내도 된다’는 규정을 악용해 무더기로 예약했다가 취소하거나, 홈페이지를 공격해 상품 안내나 여행대금 결제 업무를 마비시키는 바람에 업무에 차질을 빚고 있다.

회사 측은 “여행사는 일반 기업과 달리 한정된 기간에 특정 상품을 판매하기 때문에 영업을 하려면 영향력 있는 신문매체 광고가 필수적”이라며 “경기가 나쁜데 영업조차 제대로 못하면 큰일”이라고 전했다.

상가 분양대행 업체 사장은 “신문광고를 하지 않으면 마케팅을 할 방법이 없는데 지금 소나기 전화 협박 때문에 정상적인 분양 상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매달 수십억 원씩 나가는 이자 등 금융비용은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말했다.

그는 “나중에 법적 대응을 하기 위해 발신번호를 일일이 기록하고 있다”며 “전화번호를 분석해 보면 이들이 아예 한곳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전화를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독선적이고 어두운 열정에 휘둘린 반(反)정부 좌파세력의 빗나간 행태가 우리 사회의 보통 사람들에게까지 큰 피해를 주고 있다”면서 “일부 세력의 ‘광고주 협박’에 따른 책임을 반드시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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