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버는 개미도 있다” 투자자 3인이 말하는 성공전략

  • 입력 2008년 6월 20일 20시 03분


회사원 윤모(32) 씨는 3년 동안 모은 종자돈 8500만 원으로 지난해 1월초부터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조선업계에서 일하는 윤 씨는 업황을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다는 장점을 살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주에 집중 투자해 지금까지 2억 원 정도를 벌었다.

투자를 시작한 뒤 윤 씨는 조선업 관련 공시는 물론 애널리스트들의 보고서까지 꼼꼼하게 읽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추이를 보고 동종업계 평균과 비교해 저평가된 주식을 사들였다. 직장생활 때문에 매일 거래할 수 없어 주로 기업실적 발표시점을 기준으로 계속 보유할지 팔 것인지 결정했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많은 '개미(개인투자자)'들이 고전하고 있다. 하지만 윤 씨처럼 주식으로 돈을 버는 개미들도 있다.

남다른 노력으로 고수익을 거둔 개미 투자자들로부터 그들만의 비법을 들어봤다. 이들이 설명하는 투자방식은 평범해 보이지만 일반 투자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자기 원칙에 충실한 '돈버는 개미'들

'돈 버는 개미' 중 한 명인 이승(39) 씨는 2002년 전업 투자자의 길로 들어서 '깡통'을 여러 번 찰 정도로 실패했지만 지금은 10억 원대의 돈을 굴리고 있다.

이 씨는 요즘에는 주가변동이 상대적으로 적은 우량주에 투자하고 있다. "시장이 변동해도 주가가 큰 폭으로 오르내리지 않아 대처하기가 쉽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변동장에서 주가가 오르내릴 때 대처할 시나리오를 미리 짜 둔다. 매입한 주식이 오르는 순간부터 조금씩 팔기 시작해 5~10%의 목표수익률을 내면 다 팔아버린다.

정모(35) 씨는 2005년부터 전업투자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의 조언을 듣고 매매하는 초보 투자자였지만 이제는 투자대회에 나가 우승을 차지한 적이 있을 정도의 실력을 갖췄다. 기본 자금 3000만 원을 운용해 초단타 거래를 하고 있는 그는 "한 달 수익이 투자원금의 100% 가깝게 날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정 씨는 신문을 꼼꼼하게 읽고 호재성 자료가 있는 종목에 투자한다. 유가가 오르는 요즘은 자원, 하이브리드카 관련주 등 시장이 관심을 갖는 주식에 투자하고 있다. 하루 목표수익률 5%를 내면 팔기 시작한다. 하락할 때는 매입가보다 3% 이상 떨어지기 전에 팔아 손해를 줄인다.

●'실패 경험'에서 배운다

개미 고수들의 공통점은 모두 실패한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이 씨는 "2002년은 상상하기도 싫다"고 말했다. 당시 1억 원을 투자했던 하이닉스의 주가가 폭락했던 것. 이 씨는 "주식에 대해 아는 것 없이 투자했던 것이 실패의 원인"이라며 "큰 돈을 투자하기 전에 10만 원 짜리 계좌로 10번, 20번 깡통계좌를 만들 때까지 연습하라"고 초보 투자자들에게 조언했다.

그는 큰 실패를 겪은 뒤부터 투자분석 보고서를 철저히 분석할 뿐 아니라 해당 기업에 전화하거나 방문해 충분한 정보를 구한 뒤 투자하고 있다.

윤 씨는 지난 해 대체에너지 사업의 전망이 좋다는 말을 듣고 동양제철화학 등 '대체에너지 테마주'에 투자했다. 투자하자마자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사태가 터졌다. 주가가 떨어지자 조급한 마음에 한꺼번에 다 팔아치워 종자돈 8500만 원을 날렸다.

그는 이후 자신이 잘 아는 조선주를 샀다. 윤 씨는 "내가 가장 잘 아는 종목을 사야 주가가 떨어져도 불안해하지 않고 반등할 때까지 믿음을 갖고 기다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개미로 돈 벌려면 이것만은 지켜라

'돈 버는 개미'들은 하나같이 손절매(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것) 시점을 적절히 포착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씨는 손절매 시점을 일반적인 주식은 3%, 우량주는 5% 떨어졌을 때로 본다. 이 씨는 "손절매 기준을 분명히 정하면 욕심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개미고수들은 주식투자로 얻은 수익을 주식에 모두 재투자 하지 않는 게 공통점이었다. 정 씨는 주식 매매로 벌어들인 수익의 70~80%는 상호저축은행 계좌에 저축하고 나머지 20~30%로 매달 우량주를 산다.

이 씨 역시 월 수익의 20%는 삼성전자 등 우량주에, 나머지 80%는 적금, 펀드, 채권, 주가연계증권(ELS) 등 주식보다 안정적인 자산에 분산 투자했다.

이들은 '투자 기피종목'에 대한 기준도 뚜렷했다.

정 씨는 저점 대비 50% 이상 오른 '과열 종목'은 피한다. 그는 "투자자는 상한가를 4,5번 친 종목이 앞으로 10번 더 상한가를 칠 것이라는 기대와 욕심에 사로잡히기 쉽다"며 "'상한가 따라잡기'를 하면 주가가 고점을 찍는 순간부터 손해를 보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전업투자자가 아닌 일반 투자자들은 안전한 간접투자 방식을 택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씨는 "충분한 지식이 없는 초보자들은 인덱스 펀드 등을 적립식으로 간접 투자하면서 주식투자에 대한 경험을 쌓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이서현기자 baltika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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