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101층짜리 빌딩 ‘타이베이 국제금융센터’는 한마디로 ‘똑똑한 빌딩’으로 통한다.
이 빌딩은 빛의 밝기와 온도, 습도 등을 스스로 감지한다. 공기가 건조해지면 가습 기능을 작동하고,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높아지면 환기까지 한다. 창가에 빛이 너무 많이 들어오면 조명이 저절로 어두워지기도 한다.
사람이 해야 할 일을 빌딩이 알아서 처리할 수 있는 것은 독일 기업인 지멘스의 ‘빌딩 자동화 제어 통합 솔루션’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 솔루션은 에너지 사용량을 최대한 줄이면서 시간이나 장소와 관계없이 입주자에게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는 게 목표다.
지멘스는 매년 총 연구개발(R&D) 투자비의 절반 이상인 20억 유로(약 3조2680억 원)를 친환경 기술을 개발하는 데 쏟아 붓고 있다. 환경이나 기후 보호와 관련된 특허만 해도 3만 건이 넘는다.
다국적 기업들의 환경 친화 경영이 속도를 내고 있다. 초고유가 행진이 이어지면서 에너지 효율화의 필요성이 높아진 데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 위기가 제기되는 등 세계적으로 지구를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3월 29일 오후 8시. 네덜란드 기업의 한국법인인 필립스전자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사옥 불은 모두 꺼졌다. 필립스전자가 세계자연보호기금(WWF)의 조명 끄기 운동인 ‘어스 아워 프로젝트(earth hour project)’에 동참한 것이었다.
조명 제조회사가 불을 끈 것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졌지만 필립스 측은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조명으로 인한 에너지 소비량이 전 세계 에너지 소비량의 19%나 차지하기 때문에 조명 제조회사로서 사회적 책임을 느끼고 에너지 절감과 지구 온난화 방지에 나서겠다는 설명이었다.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필리핀에 위치한 필립스 현지 법인도 이날 현지 시간을 기준으로 오후 8시부터 9시까지 한 시간 동안 소등을 해서 이 프로젝트에 힘을 보탰다.
김태영 필립스전자 대표는 “필립스는 친환경 제품 매출 비중을 지난해 15%에서 2010년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앞으로 기후 변화 방지 및 환경 보호 행사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인 GE는 친환경 경영 전략인 ‘에코매지네이션’(영어로 생태와 상상력의 합성어)을 전사적인 모토로 내세우고 있다.
GE는 홈페이지 방문자가 에코매지네이션 보고서를 한 부씩 내려받을 때마다 나무를 한 그루 심는다. 올해 7월 GE가 독일 뮌헨 근교의 휴양지인 가르미슈파르텐키르텐에 나무 5000여 그루를 심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청정 기술과 관련된 GE의 연구개발 투자비는 지난해 10억 달러 돌파한 데 이어 2010년에는 15억 달러로 늘어날 계획이다. 또 지난해 140억 달러였던 에코매지네이션 관련 제품의 매출을 2010년 250억 달러 이상으로 높이는 게 목표다.
제약업체인 아스트라제네카는 신약의 연구개발 등 모든 기업 활동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기존 천식 치료기에는 압력을 가해 약품을 내뿜는 물질로 염화불화탄소(CFC)가 이용됐다. 그러나 이 물질이 오존층 파괴 주범이라는 지적이 잇따르자 이를 하이드로플루로알카(HFA)로 대체했다. 새로운 천식 치료기는 세계 33개국에서 500만 명 이상의 천식 환자들이 쓰고 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일본 도요타의 하이브리드카인 ‘프리우스’ 제작팀은 지난해 미 시사주간지 타임으로부터 ‘전 세계 45명의 환경영웅’으로 선정됐다.
하이브리드카는 가솔린 엔진에 전기 모터를 결합해 배기가스 배출을 최소화한 ‘저연료, 고효율, 친환경’ 자동차로, 프리우스 제작팀은 1997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하이브리드카를 상용화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이다.
프리우스는 1997년 이후 올해 4월까지 전 세계에서 100만 대가 팔리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약 450만 t 줄였다는 게 도요타 측의 설명이다.
김유영 기자 ab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