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이라면 ‘소통(communication)’을 중시해야 합니다. 기업의 정책이 아무리 좋아도 직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으면 소용이 없습니다.”
앨런 캐슬스(58·사진) DHL코리아 사장은 최근 서울 마포구 염리동 DHL코리아 사무실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소통이 부족한 한국의 기업문화를 지적했다. 그는 임원진과 직원들이 서로 대화하기를 어색해 하는 모습이 낯설었다고 했다.
캐슬스 사장은 DHL코리아의 첫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다. 이달 말 2년 임기를 마치고 한국을 떠나는 그는 한국의 기업문화는 물론 현 한국사회의 현상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상명하달식 구조는 캐슬스 사장이 꼽은 한국 기업문화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그는 “사소한 일까지 상사의 확인을 받아야 하는 구조가 특이했다”며 “이를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민첩하고 유연한 문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그는 취임한 뒤 직원 스스로 업무를 이끄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애썼다. 근속 연수에 따라 승진했던 기존의 직급 체계도 좀 더 유연하게 바꿨다.
DHL의 성공 비결에 대해 캐슬스 사장은 “국제특송사업이 얼마나 복합적인지 알아야 하고 각 투자국의 고유한 특성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DHL은 거듭된 인수합병(M&A) 속에서 인수한 업체를 방치했다가 그 회사 직원이 다 퇴사해 버린 쓰라린 경험을 겪으면서 항상 인내심으로 두 회사의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점도 터득했다”고 했다.
최근 물류업계를 강타한 고유가 대비책으로는 항공사들과의 파트너십을 소개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같은 지역으로 향하는 항공기를 경쟁사와 함께 사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며 “시스템 단순화와 혁신적인 대안을 개발해야만 고유가를 극복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DHL에서 20년간 근무한 캐슬스 사장은 7월부터 영국법인에서 유럽 국제특송사업을 맡을 예정이다.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