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투자은행(IB)들이 지난해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시장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5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판매된 25조6081억 원 규모의 ELS 중 국내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설계해 판매한 비율은 약 16%에 그친다. 나머지 84%는 외국계 IB가 ELS를 설계하고 국내 증권사는 단순 ‘판매 창구’ 역할만 한 것.
국내 증권사가 ELS를 자체 설계해 판매하면 판매금액의 약 3%를 수익으로 가져갈 수 있다. 그러나 외국계 IB의 ELS를 사들여와 판매하는 경우 판매금액의 약 2.4%는 외국계 IB가 설계 및 운용 수수료 등으로 가져가게 된다.
국내 ELS 시장의 규모, 외국계 IB의 ELS 설계비율, 수수료 등을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외국계 IB가 지난해 국내 ELS 시장에서 얻은 수익은 약 5162억 원으로 추정된다.
국내에서는 현재 우리투자 대우 삼성증권 등이 ELS 설계 및 운용을 자체적으로 하고 있지만 그 비율은 각 회사가 판매하는 ELS의 15∼20% 선에 그친다.
국내 증권사의 한 파생상품 담당자는 “ELS는 금융공학 등 첨단 기법이 요구되고 운용을 잘못하면 대규모 손실이 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ELS 자체 설계 및 운용 비중을 낮게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지연 기자 cha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