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원자재와 수입상품 가격이 오르는 가운데 환율마저 뛰어(원화 가치는 하락) 가계의 실질소득이 줄었고, 기업들의 투자부진으로 고용사정이 악화돼 내수침체가 더 심각해졌다고 평가했다. 그나마 높게 평가한 것은 수출이 기대 이상으로 선전(善戰)했다는 점뿐이었다.
문제는 내년 한국의 경제 성장률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중 최하위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도 세계경제 회복이 내년 하반기(7∼12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처음으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대로 낮춰 잡을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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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외 변수에 한국은 특히 취약”
해외 IB들은 최근에 작성한 각종 보고서에서 공통적으로 국제 유가 급등을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장애물로 지적했다. 특히 한국 경제는 수출과 수입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최근의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과 고유가 등의 악재(惡材)에 더 취약할 것으로 내다봤다.
씨티그룹은 지난달 말 낸 보고서에서 “글로벌 경제가 둔화할 경우 수출에 부담을 줘 한국이 평균 이하의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지적했다. 세계 경제의 악화로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의 소비가 줄면 수출 의존적인 한국이 그만큼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해외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점도 성장률 전망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메릴린치는 “아시아에서 한국은 태국 대만 필리핀 등과 더불어 오일쇼크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나라”라고 분석했다. 메릴린치는 5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4월 전망치(5.5%)보다 크게 후퇴한 4.8%로 잡았다.
또 일부 IB는 한국의 외환 당국이 최근까지 원화 약세를 용인하면서 수입 물가를 지나치게 끌어올려 한국의 인플레이션 위험이 더 커진 것으로 분석했다.
○ 내수-투자-고용 줄줄이 악화
도이체방크는 지난달 초 낸 보고서에서 “한국의 소비부진은 높은 물가상승률과 부채부담이 주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4.9%로 6년 11개월 만에 가장 높았다. 또 지난달 취업자도 지난해 같은 달보다 18만1000명 증가하는 데 그쳐 3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골드만삭스도 “한국 경제 내수, 수출의 양극화 현상은 고유가와 원화 약세 등의 변수가 바뀌지 않는 한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우울한 예상을 내놨다.
세계 경기의 위축으로 한국 기업들이 투자를 꺼리는 현상도 경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JP모간은 최근 개최한 ‘한국경제 전망’ 세미나에서 “지난해 말까지는 새 정부 출범 효과 등으로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이 많았지만 지금은 줄어들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투자가 경기를 떠받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 정부와 국내 연구기관들도 하향 조정할 듯
이성태 한은 총재는 이미 지난달 “올해 경제 성장률이 당초 한은이 전망한 4.7%보다 낮은 4.5% 이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배국환 기획재정부 제2차관은 23일 “올해 성장률을 4% 후반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해 성장률에 대한 정부의 공식 전망치 하향 조정이 머지 않았음을 짐작하게 했다.
국내의 국책, 민간연구소들도 조만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경기 회복이 당초 전망과 달리 내년 상반기(1∼6월)가 지난 이후에나 가능하고 회복 속도도 완만할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이나연 기자 larosa@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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