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명중 70명 “국내 경제상황 안좋다”

  • 입력 2008년 6월 25일 02시 58분


“기업투자 늘것” 99%서 23%로 격감

“하반기 전망 나아질 것 없어” 87%

본보 전국 71개 지역 상의회장 2차 설문

지역 경제계 여론을 대표하는 전국 상공회의소 회장 대다수는 최근 국내 경제상황이 좋지 않으며 하반기(7∼12월)도 지금과 비슷하거나 더 나빠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 등 현 시국 상황과 관련해서는 정부의 소통 노력이 중요하다면서도 법과 원칙, 공권력 실종 사태를 더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아일보 산업부가 20∼23일 대한상공회의소와 공동으로 대한상의 소속 전국 71개 지역상의 회장 전원을 대상으로 ‘최근 국내 경제 및 시국상황에 대한 지역경제계 의견’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

대한상의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26일 전국 상의회장단회의를 열고 국민이 단합해 난관을 헤쳐 나갈 것을 호소하는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다.

○ 3월 조사 때보다 비관론 확산

최근 국내 경제상황에 대해 전국 상의 회장 가운데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70명(98.6%)은 ‘안 좋다’고 진단했다.

특히 전체의 74.6%인 53명은 ‘매우 안 좋다’고 응답해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17명(24.0%)은 ‘약간 안 좋다’, 1명(1.4%)은 ‘괜찮은 편’이라고 응답했다.

하반기 경제전망에 대해 52.1%는 ‘상반기와 비슷할 것’, 35.2%는 ‘더 좋지 않을 것’이라고 답해 전체의 87.3%는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나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12.7%에 그쳤다.

하반기 투자 및 고용 전망도 밝지 않았다.

투자가 상반기보다 ‘줄어들 것’(31.9%)이라는 응답이 ‘늘어날 것’(23.2%)이라는 응답보다 많았다. 또 고용도 ‘줄어들 것’(38.6%)이라는 응답이 ‘늘어날 것’(12.8%)이라는 응답의 3배나 됐다. 나머지는 ‘비슷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 출범 직후인 3월에 실시된 동아일보-대한상의의 ‘새 정부 출범에 따른 지역경제계 의견 공동조사’ 때와 비교하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유가 및 원자재값 급등 등의 악재로 경제계의 분위기가 크게 비관적으로 바뀌었음을 보여준다. 3월 조사에서는 기업 친화적인 새 정부 출범에 따라 기업 투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전체의 98.6%에 달했다.

○ 유가 상승 등에 따른 고물가가 큰 부담

한국경제의 가장 큰 불안요인으로 93.0%는 ‘유가 등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고(高)물가’를 꼽았다. ‘노조 파업 등 노사관계 불안정’이라는 응답은 4.2%에 그쳤다.

정부의 향후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70.4%는 ‘경제성장과 물가안정 동시 추구’라고 대답했다. 이어 물가안정(25.4%), 경제성장(2.8%), 소득 재분배(1.4%) 순으로 꼽아 물가안정에 좀 더 비중을 두는 경향을 보였다.

지역경제의 당면 현안에 대해서는 40.9%가 ‘새로운 성장산업의 부재’를 꼽았다. ‘지역 투자유치 부진’(23.9%), ‘부동산·건설경기 침체’(19.7%), ‘지역 인프라 취약’(12.7%), ‘기업의 역외이전 가속화’(2.8%) 등이 뒤를 이었다.

전국 상의 회장들은 또 최근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시위 등 사회 갈등이 빚어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소통 부재’(31.0%)와 ‘정책 실패’(28.2%) 등 정부의 책임을 우선 꼽았다. 이와 함께 ‘일부 세력의 정치쟁점화’(21.1%), ‘경제상황 악화’(11.3%), ‘일부 언론의 편향보도’(8.4%) 등도 원인으로 꼽혔다.

갈등 해소 방안으로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 회복’(47.9%)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어 ‘대화와 타협’(22.5%), ‘정치권 리더십 발휘’(16.9%), ‘법과 원칙 준수’(12.7%) 등의 순이었다.

다만 전체의 76.1%는 대통령의 국정쇄신안 발표와 정부의 인적 개편이 ‘국정안정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냈다.

“법질서 확립” “정부 신뢰회복” “국민적 단합”

■ 최근 시국에 필요한 것은

설문조사와 별도로 실시한 ‘최근 경제 및 시국 상황에 대한 의견’을 묻는 주관식 조사에는 41명의 지역 상의 회장이 의견을 내놓았다.

이들 중 상당수는 민심의 소재를 정확히 판단해 정부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시급하다면서도 시장경제의 근간인 법과 원칙 등 ‘사회적 자본’ 훼손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김준택 경기동부상의 회장은 “공권력이 무너지고 있음이 안타깝다”며 “정부의 강력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남홍 하광상의 회장은 “강력한 법질서 확립 및 좌경화 세력 척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고, 최영우 포항상의 회장도 “시위대의 무질서가 극에 달해 엄격한 법집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민적 단합으로 어려움을 이겨내자는 의견도 많았다.

장상빈 부천상의 회장, 문홍익 제주상의 회장 등은 “국민을 이해시켜 단합된 힘으로 경제적 난국을 극복하자”고 당부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본보 설문에 응한 전국 71개 상의 회장 명단

▽특별시 △서울 손경식(대한상의 회장 겸임)

▽광역시 △부산 신정택 △대구 이인중 △인천 김정치 △광주 이승기 △대전 송인섭 △울산 이두철

▽경기 △수원 우봉제 △안성 이범익 △안양 박찬호 △부천 장상빈 △성남 변봉덕 △경기북부 노시청 △평택 권태경 △이천 신현익 △안산 한우삼 △화성 정시균 △용인 이병성 △김포 이용우 △군포 유병직 △하광 백남홍 △시흥 조시영 △광명 백남춘 △경기동부 김준택 △고양 류병근(직무대행) △포천 김인만 △오산 유현수 △의왕 안성철 △파주 윤주칠

▽강원 △춘천 전수산 △강릉 김남훈 △원주 김민수 △삼척 최경덕 △속초 최평규 △동해 최명일 △태백 박학도

▽충북 △청주 이태호 △충주 류인모 △음성 최철 △진천 이승진

▽충남 △충남북부 김용웅 △서산 최길학 △당진 윤수일

▽전북 △전주 송기태 △익산 한용규 △군산 박양일 △정읍 신영길

▽전남 △목포 주영순 △순천·광양 송영수 △여수 김광현

▽경북 △김천 윤용희 △안동 이동수 △포항 최영우 △경주 이정우 △영주 정명훈 △구미 이동수 △경산 이우경 △영천 이희화 △칠곡 박노윤

▽경남 △마산 김상실 △진주 이윤우 △통영 유수언 △사천 강정진 △진해 김희수 △창원 박창식 △양산 황영재 △김해 박연차 △밀양 조용준 △함안 하성식 △거제 박홍진

▽제주 △제주 문홍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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