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들 ‘反기업’ 매체 광고 중단

“폭력-선동적 기사에 회사 이미지 훼손”

미국의 라디오방송인 ‘에어 아메리카 라디오(AAR)’는 2004년 3월 반전(反戰), 반(反) 대기업을 표방하며 출범한 뒤 ‘진보세력’의 대변인 역할을 하며 전국적인 방송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2006년 들어 AAR의 반 대기업 성향에 부담을 느낀 HP, GE, 소니, P&G, 마이크로소프트(MS), 존슨&존슨 등 90개 주요 기업과 단체는 이 방송에 대해 일제히 광고를 중단했다.

이는 정치적 견해가 다른 언론에 기업이 집단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첫 사례로 AAR는 심각한 재정난에 봉착해 결국 파산했다.

해외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는 반 대기업 성향의 매체에는 광고를 하지 않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다.

P&G, 크라이슬러, 포드 등은 정치·사회적 논란이 있거나 폭력·선동적인 기사 등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는 기사를 게재하는 매체에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GM은 1950년대부터 자사(自社)에 적대적인 언론에 대한 광고를 중단하고 있다. 1954년 신차 디자인을 비난한 기사를 게재한 월스트리트저널에 대한 광고를 중단했고, 2005년에는 최고경영진에 대한 인신공격성 기사와 폰티액 G6 모델을 평가 절하한 기사를 게재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대한 광고를 중단했다.

IBM은 1997년 4월 14일자 미국 포천의 커버스토리가 IBM을 회생시킨 루 거스너 당시 회장을 오만하고 거만한 인물로 묘사하자 광고를 즉각 중단하고 2002년까지 5년 동안 이 조치를 유지했다.

크라이슬러는 1983년 미국 자동차 전문지인 ‘카 앤드 드라이버’가 자사 차량에 대해 악의적인 기사를 싣자 광고를 중단했다. 이후 언론사와 광고 계약을 할 때 자사 제품에 대한 악의적인 기사가 있으면 광고를 중단할 수 있다는 조항을 삽입했다.

크라이슬러는 한발 더 나아가 1997년 에스콰이어지가 동성애 기획기사를 준비하자 기업 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며 4개 면에 걸친 전면광고를 취소하겠다고 통보했다.

기업들이 반기업적이거나 기업 이미지를 훼손하는 매체에 광고를 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일부 언론과 시민단체는 “언론의 공정성 및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 공정거래위원회(FTC)는 “언론 보도에 동의할 수 없어 개별 기업이 광고를 중단하는 것은 개인 의사표명에 관한 문제”라고 밝혔다.

국내에서는 많은 기업이 인터넷 포털을 매개로 하는 사이비 매체나 기업 비판에 열을 올리는 몇몇 좌파 군소 신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광고를 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이와 관련해 인터넷미디어협회는 다음 주 ‘메이저 신문 광고주 탄압 주도 매체’ 3곳의 명단을 밝히고 기업이 광고할 매체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가져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다.

또 상당수 기업에서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기업친화적 매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메이저 신문 광고주 협박 사태를 계기로 오히려 일부 좌파 성향 매체에 대한 광고가 급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주요 글로벌기업 광고 중단 사례
기업	광고 중단 사례
HP 등 90개 기업 및 단체	2006년 ‘에어 아메리카 라디오’의 반(反)기업 성향을 이유로 광고 전면 중단.
GM	2005년 GM 최고경영진에 대한 인신공격성 기사와 폰티액 G6 모델을 혹평하는 기사를 게재한 로스앤젤레스타임스에 대한 광고 4개월간 중단.
IBM	1997년 루 거스너 당시 회장에 대한 인신공격성 기사를 게재한 포천지에 대한 광고를 2002년까지 중단.
크라이슬러	1997년 동성애 관련 기사를 준비한 에스콰이어지에 대해 기업이미지 훼손이 우려된다며 4개 면 전면광고 취소 의견 통보.
모건스탠리	2004년 당시 최고경영자였던 필립 퍼셀의 펀드 판매전략 변경에 대한 과장된 비판 기사를 게재한 타임, 뉴스위크 등에 대한 광고 중단.
P&G	1932년 비누를 집에서 만드는 법을 기사화한 신문들에 대해 광고 전면 중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