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길라잡이]축구에서 배우는 주가하락기 대처법

  • 입력 2008년 6월 28일 03시 01분


축구와 주식 모두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짝수 해 6월은 눈은 즐겁지만 지갑은 가벼워지는 계절이다. 최대 축구 이벤트인 월드컵과 유로대회가 이때 번갈아 가며 열리는데 공교롭게도 한국 주가는 이때만 되면 영락없이 빠지기 때문이다. 1988년 이후 올해까지 월드컵 또는 유로대회가 열리는 기간에 주가가 오른 경우는 2000년 프랑스 월드컵 때 한 번뿐이었다.

그러면 유로 2008 때문에 밤잠을 설쳤던 이달에는 주가와 축구의 이런 악연에 주목해 주식을 깨끗이 포기하는 편이 나았을까?

결과적으로는 그렇지만 이런 징크스를 실제 투자에 응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상관관계가 있더라도 그것이 곧 인과관계는 아니기 때문이다. 우연이 반복된 과거 경험에 우리의 돈을 맡길 수는 없다.

이 외에도 인과관계 없는 우연은 많다. 영국에서는 FA(축구협회)컵 우승팀의 유니폼 색깔에 따라 집권당이 결정됐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미식축구의 월드시리즈격인 슈퍼볼 챔피언팀의 소속 리그가 어디냐에 따라 강세장과 약세장이 갈라진다.

그렇다고 해서 스포츠가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최근 한 달여간 국내 주식시장은 유로 2008 때문이 아니라 유가 상승과 해외 주가 급락으로 약세가 계속돼 왔다. 이런 때일수록 뒤늦게나마 위험 관리나 손실 만회를 위해 뭐든 재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초조감이 커지게 된다. 소위 ‘능동성 편향(activity bias)’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가만히 있으면 본인이 멍청해 보이고 뭔가 놓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불리한 상황에서의 과도한 능동성 편향을 잘 설명해 주는 것 중 하나가 축구에서의 페널티킥이다. 페널티킥을 막으려는 골키퍼가 오른쪽이나 왼쪽이 아니라 가운데를 선택할 확률은 겨우 6%라고 한다. 그러나 실제 공을 차는 사람이 가운데로 차는 경우는 3분의 1에 가까운 29%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골키퍼도 3분의 1 정도는 가운데를 지켜야 할 텐데 양쪽으로만 몸을 날리는 이유는 뭘까? 꼼짝 않고 있다가 옆으로 들어가는 공을 바라만 보는 것은 왠지 멍청해 보이고 창피하니까. 설사 가운데 있다가 막더라도 그것은 자신의 선방이 아니라 키커의 실축으로 여겨지니까.

주가 하락 과정에서 꼭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는 강박의식이 생긴다면 느긋하게 가운데 자리를 선택하는 골키퍼를 상상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혹시 가운데로 공이 와서 안길지도 모를 일 아닌가.

강성모 한국투자증권

퇴직연금연구소장·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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