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 덮친 ‘검은 공포’…“세계증시 패닉 국면”

  • 입력 2008년 6월 28일 03시 01분


‘공포’가 전 세계 증시를 짓누른 하루였다.

유가 급등과 인플레이션 우려는 그리 새로운 이슈가 아니었다. 하지만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감이 더욱 확산되고 미 연방준비은행(FRB)이 이를 막을 능력이 없다는 의구심이 커지면서 세계 증시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를 극도로 위축시켰다.

SK증권 최성락 연구원은 “심리적 측면에서 기존 악재에 대한 인내가 바닥나면서 매도가 매도를 부르는 ‘패닉(공황)’ 국면이 연출됐다”고 말했다.

여기에 골드만삭스가 미국 금융기업들이 추가 상각을 해야 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실적 전망을 내놓으면서 금융위기가 재발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졌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지수가 나란히 3%대의 급락폭을 보이자 27일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동반 추락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가 5.29% 폭락하며 1년 4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일본 닛케이평균주가와 대만 자취안지수도 각각 2.01%, 3.37% 급락했다.

○ 뉴욕 다우존스 2년전으로 돌아가

26일(현지 시간) 다우존스산업지수는 전날보다 358.41포인트(3.03%) 떨어진 11,453.42에 마감했다. 이는 2006년 9월 11일 11,396.84 이후 약 1년 9개월 만에 최저치다.

이날 뉴욕 증시의 급락은 여러 가지 악재가 동시에 겹친 때문이었다.

먼저 유가와 관련된 안 좋은 소식들이 줄을 이었다. 유가가 올여름 배럴당 170달러까지 갈 수 있다는 차키브 켈릴 석유수출국기구(OPEC) 의장의 발언과 리비아의 감산 가능성 시사가 국제유가를 자극해 처음으로 장중 140달러를 돌파했다.

마무리단계로 접어든 줄 알았던 미국 금융시장의 위기가 아직 ‘진행 중’임을 알려주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와 가뜩이나 싸늘한 증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씨티그룹 등 금융주들의 실적 전망을 하향조정하고 금융주에 대한 투자의견도 ‘매력적’에서 ‘중립’으로 낮췄다.

골드만삭스는 주요 투자은행들의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더디게 이뤄질 것을 우려하며 “씨티그룹은 2분기(4∼6월)에 89억 달러의 자산을 추가 상각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의 CNN머니는 “이날 장세는 9개월 동안의 (중앙은행의) 강한 처방이 신용위기를 치료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신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중앙은행이 지속적인 금리 인하에 나섰지만 고유가와 인플레이션 때문에 그런 노력들이 무용지물이 됐다”고 보도했다.

○ 국내 증시 기반 약화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지수와 나스닥지수가 나란히 3%대의 급락세를 보이자 서울 증시는 오전 9시 개장하자마자 순식간에 1,700 선이 무너졌다. 코스닥지수 역시 600 선이 붕괴됐다.

이날 지수 급락을 이끈 것은 외국인의 매도 공세였다.

15일째(거래일 기준) ‘팔자’에 나서고 있는 외국인은 이날도 4000억 원대를 순매도(매도액에서 매입액을 뺀 것)했다. 기관과 개인이 ‘방어’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신용경색 현상이 나타나면 외국인들은 위험을 회피하고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신흥시장에서 주식을 내다 판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주식을 사기 위해 증권사에 맡겨 놓은 돈인 고객예탁금은 25일 기준 9조4003억 원으로 4월 말 11조223억 원, 5월 말 10조307억 원에 이어 계속 감소 추세다.

국내 증시의 기초체력(펀더멘털)이 약해지면서 당분간은 약세를 감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메리츠증권 윤세욱 리서치센터장은 “1차적으로는 1,650 선을 지지선으로 보고 있지만 유가 충격이 계속되면 1,600 선 초반까지도 코스피지수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투자증권 박종현 리서치센터장은 “미 금융주에 대한 실적 우려가 있지만 금융주는 지난해 4분기(10∼12월)를 정점으로 기업이익이 회복과정에 놓여 있어 불안감이 과도한 것으로 보인다”며 “국내 기업들의 2분기 실적이 확인되는 7월부터는 국내 증시가 상승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