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파동과 도심 폭력시위로 정국이 혼란을 거듭하는 가운데 국제유가가 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한국 경제에 ‘위기 신호’가 반복되고 있다. 금융시장도 이런 우려를 반영해 주가가 폭락하고 환율이 급등(원화가치 하락)하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경상수지는 흑자 반전에 실패하면서 6개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 갔다.
27일 오전(현지 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8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장중 142.26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사상 최고가격으로 WTI 선물가격은 전날도 장중 140달러를 넘은 후 139.64달러로 마감했다.
유가 급등은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직격탄으로 작용해 경상수지 등 각종 경제 지표도 줄줄이 악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7일 발표한 ‘5월 중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경상수지는 3억7750만 달러 적자를 내 지난해 12월(―8억1380만 달러) 이후 6개월 연속 적자를 보였다. 이로써 올해 1∼5월 경상수지 누적적자는 71억714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적자 폭(29억120만 달러)의 2.5배가 됐다.
이날 한은은 “1∼5월 경상수지 누적적자 중 국제유가 상승에 따른 영향은 약 69억 달러”라고 분석했다. 적자의 96.2%가 고유가의 영향이라는 뜻이다.
고유가 충격으로 이날 국내 금융시장도 주식 및 채권 값, 원화가치가 모두 하락하는 ‘트리플 약세’ 현상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3.21포인트(1.93%) 추락한 1,684.45에 마감됐고 코스닥지수도 8.11포인트(1.35%) 내린 594.63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코스피지수 1,700 선이 무너진 것은 3월 27일(1,676.24) 이후 3개월 만이며 코스닥지수가 600 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3월 5일 이후 처음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4.90원 오른(원화가치 하락) 104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마감환율 기준으로 지난달 26일(1048.50원) 이후 최고 수준. 채권시장도 약세를 보여 국고채 금리는 5년 만기가 전날보다 0.03%포인트 오른 연 5.85%로, 3년 만기는 0.03%포인트 오른 5.77%로 각각 마감했다.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김상수 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