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REPORT]“우리회사 기술을 나눠요” 맞춤봉사 감동물결

  • 입력 2008년 6월 30일 02시 57분


전자 정보업체들 중심, 인터넷 도우미-IT교육 등 나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자리한 엔씨소프트 연구개발(R&D)센터에서는 매월 첫째 주 목요일 아주 ‘특별한 수업’이 열린다. 엔씨소프트 통합사운드팀과 아트팀이 김새벽(19·여) 씨를 위해 진행하는 수업이 바로 그것.

김 씨는 작곡과 그림에 남다른 재능이 있지만 어릴 적부터 앓은 어지럼증 때문에 정규교육을 받지 못했다. 2005년 김 씨의 이 같은 사연을 접한 엔씨소프트 측은 그 후로 지금까지 4년째 김 씨에게 작곡과 그림 교육을 제공하고 있다.

김 씨가 한 달간 자신의 곡과 그림을 만들어오면 엔씨소프트의 게임음향, 그래픽 전문가들이 감상하고 함께 대화를 나누며 작품에 활용할 수 있는 테크닉을 조언하는 식이다. 음악과 그림으로만 자신을 표현해 온 김 씨는 이들을 만나고부터 단순한 재능 계발을 넘어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배워 나가고 있다.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 방식이 변모하고 있다.

과거 성금 기부나 일회성 이벤트 진행 등의 수준에 머물렀던 기업들의 봉사활동 방식이 최근에는 기업 각자의 특화된 역량들을 활용한 ‘맞춤형’ 공헌 활동의 개발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분야별로 각자의 기술 역량 개성이 뚜렷한 전자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 사회봉사단은 지난해부터 사업총괄별 특징을 살린 사회공헌사업들을 개발해 시행하고 있다.

‘메모리’ 반도체를 개발하는 삼성전자 반도체총괄은 인간의 뇌질환 연구 및 노인 치매 예방 사업 전개 등 인간의 ‘메모리’와 관련된 연구를 지원하고 있다.

또 ‘휴대전화’를 개발하는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은 저소득 청각장애 아동들의 인공 와우 수술 및 언어 치료 지원 등 ‘귀’와 관련한 활동을, ‘디스플레이’ 장비를 개발하는 삼성전자 액정표시장치(LCD)총괄은 시각장애인 컴퓨터교실 운영, 농촌 지역 노인 안질환 예방 운동 등 ‘눈’과 관련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전국 각지의 수백 명 임직원들로 ‘IT서포터즈’를 구성하고 ‘IT 지식 기부’에 앞장서고 있는 KT의 사회공헌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이들은 이동이 불편한 장애인에게는 인터넷 뱅킹 활용법을, 외국에 자녀를 둔 할머니에게는 화상채팅 방법을, 한국에 가정을 꾸린 이주여성에게는 검색, e메일 등 인터넷 활용 기술을 교육하는 식으로 다양한 맞춤형 교육을 통해 국민들의 정보격차 해소에 기여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지식 기부 활동은 교육을 받는 사람뿐 아니라 교육을 제공하는 직원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며 “서포터스 활동에 참여하면서 일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크게 높아졌다는 직원들이 많다”고 전했다.

이동통신사의 역량을 살린 SK텔레콤의 공익사업도 눈에 띈다. 특히 SK가 지난해부터 운영하고 있는 ‘어르신 휴대전화 활용 교육’은 그간 통신 기술의 빠른 변화 속에 소외돼 왔던 노인들을 IT커뮤니케이션의 장(場)에 참여하게 하고 있다.

지난해 교육에 참여한 노인 김모 씨는 “교육을 받고 중년의 아들에게 하트 모양의 이모티콘과 함께 ‘너를 항상 사랑한다’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며 “말로는 쑥스러워 전할 수 없던 마음을 문자로 전하면서 전에 없던 큰 행복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종합 IT서비스 기업인 SK C&C도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IT 전문 교육을 무료 실시해, 이를 통해 이들이 취업하고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웹, 그래픽디자인, 모바일콘텐츠, 닷넷 프로그램, 자바 개발 등 다양한 코스로 마련된 이 교육을 통해 지금까지 140여 명의 수강생이 IT 업체에 취업했다. 일산 IT 교육원의 경우 교육 수료생의 취업률이 85.7%에 달한다.

조동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20세기에는 ‘돈을 많이 버는 기업’들이 주목받았지만, 21세기에는 ‘존경받는 기업’들이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사회공헌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기업들의 전략은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우선 기자 ims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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