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REPORT]“은행창구가 따로 있나요? 이웃사랑이 창구죠”

  • 입력 2008년 6월 30일 02시 57분


불우이웃돕기 넘어서 전 행원이 주민생활 속으로

《지난달 17일 경기 파주시의 헤이리마을. 외환은행 임직원들로 구성된 ‘KEB 사랑나누미’ 회원 30여 명은 ‘가정의 달’을 맞아 홀트일산복지타운의 장애아동들과 야외 나들이에 나섰다. 사랑나누미 회원들은 이날 아이들과 1명씩 짝을 지어 ‘일일 엄마’ ‘일일 아빠’ 노릇을 했다. 말썽꾸러기로 소문 난 김대현(3) 어린이의 일일 아빠가 된 외환은행 신사동지점장 류상철 씨는 하루 종일 대현이의 투정에 혼쭐이 났다.모처럼 나들이를 나온 대현이는 이날 시간가는 줄을 모르고 즐겁게 놀더니 아저씨들과 헤어질 때가 되자 마침내 울음보를 터뜨렸다. 대현이의 손에 선물을 꼭 쥐어주던 류 씨의 눈에도 이슬이 맺혔다. 외환은행의 비영리 공익법인인 나눔재단의 이충원 국장은 “한번 참여하기가 어렵지 일단 해 본 직원들은 대부분 다시 봉사활동을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랑나누미는 이 재단의 상설 자원봉사단으로 외환은행 직원과 직원들의 가족을 포함해 1000여 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요즘 시중은행들의 사회공헌은 이처럼 단순한 기부활동보다는 직원들이 직접 현장을 찾아 나서는 형태로 많이 이뤄진다. 직원들에게 봉사의 즐거움과 보람을 덤으로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수동적 기부가 아닌 적극적 사회 참여

같은 달 25일 충북 충주시에서는 하나금융지주 김승유 회장이 기획한 ‘베트남-한국 가족의 날’ 행사가 열렸다. 한국의 농촌 가정에 시집온 베트남 여성들과 그 자녀들을 위해 마련된 이 행사에는 충주 지역 다문화가정의 가족 300여 명이 참가했다.

이 행사는 베트남인 엄마와 한국인 아빠 사이에서 자란 어린이들을 장차 두 나라의 관계를 잇는 훌륭한 인재로 키워야 한다는 김 회장의 평소 소신에 따른 것. 하나지주는 이날 베트남∼한국 왕복항공권을 경품으로 지급했고, 모범 부부 3쌍을 선정해 한복 교환권을 선물했다.

이날 행사에 끝까지 참석한 김 회장은 “서로 다른 문화에서 살아온 사람들이 함께 살기 위해서는 서로의 문화, 언어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나지주는 이 밖에도 경기 파주시나 부천시 등 외국인노동자가 많은 지역에서 바자회, 문화행사를 정기적으로 열 계획이다.

이 같은 사례에서 보듯 최근 은행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단지 불우이웃을 돕는다는 취지를 넘어 각종 사회 문제에 적극적인 참여를 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은 이달 4일 전국 16개의 ‘아름다운 가게’ 매장에서 자원 재활용 행사를 벌였다. 이날 우리은행 직원들은 지난달에 2주간 모은 헌 의류와 책, 생활용품 등 약 3만 점의 물품을 판매해 수익금 전액을 기부했다.

김계성 우리은행 부행장은 “6월 사회공헌 테마를 ‘우리가 만드는 살아 숨쉬는 지구’로 정했다”며 “각 지점 인근의 산이나 하천, 바닷가 정화 활동을 통해 환경보호 활동을 벌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신한은행도 공익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헌신한 의인(또는 유가족) 12명에게 후원금을 전달하는 행사를 열었다. 이 후원금은 신한은행이 2006년부터 시판한 ‘의인후원 정기예금’의 판매액 중 일부를 출연해 조성됐다.

이날 선정된 의인에는 지난해 강원 인제군에서 헬기 추락 사고가 발생했을 때 마지막 순간까지 조종간을 놓지 않고 장병들을 구한 고 왕태기 소령도 포함됐다.

○자연보호, 청소년 교육지원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

지난달 24일 서울 동작구 국립현충원에는 대학생 50여 명이 제초작업에 한창이었다.

이들은 수도권에서 신한은행의 홍보대사로 위촉된 학생들. 유니폼을 갖춰 입은 젊은이들은 저마다 목장갑을 끼고 묘역 주변과 잔디 정리 작업에 나섰다. 신한은행 측은 대학생들에게 순국선열에 대한 존경심을 갖게 하고자 이런 활동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2005년부터 충남 태안군 안면읍 정당1리 마을과 자매 결연을 하고 매년 두 차례 씩 농번기 일손 돕기를 하고 있다. 또 서울 북한산 구기동 계곡 일대를 ‘1사1산’ 구역으로 지정해 안내표지판을 설치하고 매년 쓰레기 줍기 등 자연보호 활동도 벌인다.

국민은행은 아예 1년 중 하루를 전국 지점의 전 직원이 한꺼번에 참가하는 ‘자원봉사의 날’로 지정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4월 26일에 두 번째로 열린 이 행사에서 국민은행 직원 1만8000여 명은 전국 1300여 곳에서 동시에 사회봉사활동을 벌였다.

국민은행은 주로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이다.

이 은행은 낙후지역 청소년들의 교육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해 11월 전국 10곳에 ‘작은 도서관’을 열었다. 특히 올해는 베트남 및 캄보디아 등 저개발국에도 이 사업을 확장할 예정이다. 또 저소득층 아동 및 청소년들을 위해 ‘국민은행 영어캠프’, ‘KB희망 공부방’ 등의 사업을 진행 중이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지속가능 경영이 브랜드 가치 업그레이드▼

국내 기업들 사이에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지속가능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금융회사들도 ‘지속가능 경영보고서’를 잇달아 펴내고 있다.

신한은행은 2007년 이 은행의 사회책임경영·경제·사회·환경 분야의 성과를 담은 ‘2007 신한은행 사회책임보고서-더 나은 사회를 향해(Toward a better society)’를 11일 내놨다.

이 보고서에서 신한은행은 지난해 5월 사회책임경영 활동으로 해외주식 사회책임투자(SRI) 펀드를 내놨다고 밝혔다. 이 펀드는 기업의 사회적, 환경적, 윤리적 책임과 기업지배구조 등에 초점을 맞춰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글로벌 기업 주식에 선별 투자한다.

환경경영과 관련해서는 올해 2월 이산화탄소 배출량 정보를 공개해야 하는 ‘탄소정보공개 프로젝트 (CDP) 6’에 서명했으며 같은 달 ‘유엔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UNEP FI)’에 가입해 반환경적 기업에 대출을 제한하고 있다고 이 보고서는 설명했다.

기업은행은 4월 중소기업지원금융과 사회책임투자, 지속가능 개인금융상품 등을 다룬 ‘지속가능경영보고서 2007-Achieving sustainability'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에서 기업은행은 중소기업금융에 다양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은행은 2007년 5000억 원의 중소기업 전용펀드를 조성해 혁신형 중소기업에 투자하고 있다. 또한 중소기업 경영난 해소와 예방을 위한 ‘기업 주치의’ 제도를 도입해 중소기업 경영진단, 애로사항 파악, 경영정보 제공 활동 등을 하고 있다.

지속가능 경영보고서는 은행뿐만 아니라 보험사에서도 발간되고 있다.

동부화재는 2006년 4월부터 2007년 3월까지 추진한 활동 성과와 향후 계획 등을 담은 ‘2006 지속가능 경영 보고서’를 지난해 8월 내놨다. 동부화재는 이 보고서를 통해 임직원들이 급여에서 자발적으로 일정한 금액을 내면 회사도 같은 액수를 후원하는 ‘프로미 하트펀드’를 만들어 기부활동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보고서는 2006년 4월부터 1년 동안 1810명의 직원이 8654만 원의 기금을 모았으며 2050만 원을 봉사활동에 썼다고 밝혔다. 이어 ‘프로미 봉사단’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으며 이 단체 활동에 참여하면 자기개발 시간으로 인정해 인사평가에서 혜택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우진 딜로이트컨설팅 전략담당 전무는 “국내 금융회사들은 단기 성과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면서 “금융회사들은 지속가능 경영에 더욱 관심을 가짐으로써 공공성을 강화하고 브랜드 가치도 높일 수 있을 것”고 말했다.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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