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회사’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펀드 확대 추세
‘착한 기업’들이 훨씬 더 좋은 경영성과를 내는 시대가 왔다.
단순히 돈을 많이 버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 윤리와 같은 사회적 책임(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늘고 있다.
미국 포천지가 매년 발표하는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 선정의 8개 기준 중 하나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일 정도로 이젠 CSR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는 CSR는 물론 CSR 활동을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사회책임투자(SRI·Social Responsible Investment)도 확대되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CSR를 기업 경영의 주요 화두로 놓는 대기업들이 늘어나고 있고, SRI 펀드도 속속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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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SR…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 부상
소비자들의 사회적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서 기업을 평가할 때 해당 기업이 얼마나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를 지켜보는 눈이 많아졌다.
값싸고 품질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는 기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환경보호나 사회공헌에 관심을 가지는 기업만이 소비자들로부터 존경과 사랑을 받게 된 것이다.
CSR는 크게 환경경영, 정도경영, 사회공헌으로 나눌 수 있다.
환경경영 실천은 소비자와 투자자에게 친환경기업이라는 이미지를 갖게 해 결국 기업 가치를 높인다. 사회공헌 활동 역시 존경받는 기업으로 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 조희재 수석연구원은 “CSR 활동은 기업이미지를 좋게 해 기업 성과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며 “1997∼2000년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을 비교한 결과 친환경기업의 주가 수익률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석유가스업은 12%, 철강업은 26%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CSR가 주요 경영 패러다임으로 부상하면서 국제기구들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2000년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저개발국의 사회문제 해결에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요구하면서 만든 ‘유엔 글로벌 콤팩트(UN Global Compact)에는 6월 25일 현재 4876개의 기업이 가입해 있다. 여기엔 SK텔레콤, 대한항공, 우리은행 등 100개가 넘는 국내 기업도 참여하고 있다.
CSR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자 전국경제인연합회도 올해 3월 윤리경영과 투명경영 수준을 끌어올리는 방안으로 회사마다 CSR 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 SRI…착한 기업이 성과도 좋아
SRI 펀드는 기업의 재무 상태는 물론 환경, 사회에 대한 책임 및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같은 가치도 고려해 지속 가능한 기업에 투자한다. 이처럼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SRI 펀드는 전 세계적으로 규모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미국 내 SRI 펀드 규모는 2005년 말 2조2900억 달러로 1995년 말 대비 3.6배 수준으로 늘어났다. SRI 펀드가 미국의 전체 펀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9.4%나 된다.
유럽의 SRI 펀드 규모도 2005년 기준으로 약 1조330억 유로로 2003년의 3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는 유럽 내 전체 펀드의 10∼15%에 해당한다.
사회책임 투자에 대한 관심은 한국에서도 급증하고 있다.
국내에는 2005년부터 SRI 펀드가 선보이기 시작했으며 현재 국내 및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SRI 펀드 규모는 약 6000억 원이다. 국민연금은 2006년 9월 국내 주요 SRI 펀드에 1500억 원을 위탁운용하기도 했다.
주요 SRI 펀드로는 SH자산운용의 ‘Tops아름다운SRI주식’, NH-CA 자산운용의 ‘농협CA뉴아너스SRI주식’, 한화투신운용의 ‘한화SRI지속가능기업주식’, 우리CS의 ‘프런티어지속가능기업SRI주식’ 등이 있다.
환경경영, 정도경영, 사회공헌 등의 CSR 활동을 잘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SRI 펀드의 수익률은 제법 괜찮은 편이다.
펀드평가회사인 한국펀드평가에 따르면 25일 기준으로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0.02%인 데 비해 SRI 펀드의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3.15%였다. 산은자산운용의 ‘산은SRI좋은세상만들기주식 1ClassC3’는 최근 1년 수익률이 9.2%, 대신투신운용의 ‘대신글로벌SRI주식종류형재간접자2ClassA’는 8.03%였다.
한국펀드평가 정태진 연구원은 “이미 미국,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SRI 펀드가 활성화돼 있고, 국내에서도 점차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며 “친환경적 경영과 기술을 보유한 기업, 사회복지 참여가 높은 기업, 기업지배구조가 투명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인 만큼 장기적으로 투자 전망도 좋다”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