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사면초가

  • 입력 2008년 6월 30일 02시 57분


“경제살리기 동참을”회견 - 성명 잇따라

“이달 말 철강과 석유화학 관련 원자재 가격이 또 올랐습니다. 그래도 터널 끝이 보인다면 참고 견디겠지만 문제는 원자재 가격 인상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점입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에도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경기 양평군 내 매트리스 수출업체 A사)

“정말 답답합니다. 이웃의 한 외국계 업체는 노조가 민주노총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스위스 본사가 공장 문을 닫고 철수했습니다. 그런 마당에 이른바 ‘촛불시위’가 과격해지는 것을 보면 외국 투자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두렵습니다.”(경기 안산시 단원구 반월공단 내 철강업체 B사)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과 소비 부진이 중소기업인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중소제조업체 1395개사를 대상으로 경기 전망을 조사한 결과 7월 업황전망 건강도지수(SBHI)가 전달보다 9.3포인트 낮은 78.2를 나타냈다고 29일 밝혔다. 이는 2005년 2월(74.5) 이후 41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SBHI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의 하나로 100보다 높으면 다음 달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는 업체가 그렇지 않을 것으로 보는 업체보다 많음을,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중소제조업체들은 가장 큰 경영상 애로사항(복수응답)으로 ‘원자재 가격 상승’(78.8%)을 꼽았다. 이어 △내수 부진(53.0%) △물류비 상승 및 운송난(50.5%) △인건비 상승(36.8%) 등의 순이었다.

이에 따라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중소기업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올해 3월 주물(鑄物), 레미콘, 아스팔트콘크리트(아스콘) 업계가 잇달아 생산 중단을 선언했고 최근에는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적 협조를 요청하는 추세다.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벤처산업협회 등 15개 중소기업단체는 16일 ‘300만 중소기업계, 경제 살리기 동참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국민 모두 경제 살리기에 나서 달라”고 호소했다. 소상공인단체협의회도 24일 ‘최저임금 동결’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0여 개 자영업자 단체의 대표들은 30일 ‘경제 살리기 동참 촉구’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장길호 중기중앙회 소상공인지원실장은 “고유가와 물가 급등, 사회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내 소비심리가 나빠지고 있다”며 “중소기업 특성상 작은 경기 변동에도 큰 영향을 받는 만큼 이 같은 상황이 몇 개월 더 이어지면 문을 닫는 중소기업이 속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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