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미분양 주택을 사는 사람에게 취득, 등록세를 깎아주기로 하면서 그 전까지 제대로 공개하지 않던 미분양 규모를 낱낱이 지방자치단체에 알려야하기 때문이다.
이 회사 관계자는 "솔직히 그 동안 수요자나 해당 지자체에 미분양 규모를 축소해 알리는 일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실제 미분양 실태가 드러나면 미분양 아파트를 팔기가 더 어려워지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정부도 이런 점을 고려해 건설업체가 지자체에 보고한 미분양 정보를 공개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중개업소 등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미분양 정보가 흘러나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미분양 축소 업체들 '전전긍긍'
A건설은 2006년 지방광역시에서 중형 아파트 300여 채를 분양했다. 올 해 말 입주를 앞두고 있지만 분양률은 30% 남짓.
하지만 이 업체는 올해 초 관할 구청에 50% 정도 분양이 된 것으로 보고했고 분양 담당자들은 "이미 절반 이상 분양됐다"며 수요자들에게 분양을 권해왔다. '악성 미분양 아파트'로 인식될까봐 미분양 규모를 줄여 외부에 알려온 것이다.
이 회사는 7월 중 미분양된 아파트의 동·호수까지 포함된 미분양 내역을 관할 구청에 등록해야할 처지다. 구청 측이 이렇게 미분양으로 등록된 아파트를 사는 사람에게만 취득·등록세를 50% 감면해주기 때문이다.
이처럼 일부 업체들이 분양 실적을 속이다가 결과적으로 '제 발등을 찍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부산에서 아파트를 분양중인 B건설 관계자는 "같은 지역에서 단지별로 실제 미분양 규모가 드러나면 업체 간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분양률이 높게 나타난 곳은 미분양이 더러 해소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곳은 더욱 외면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계약 해지 요구 빗발
정부 대책 발표 후 미분양 아파트 계약자의 해약 요구도 늘고 있다.
대구 월성·상인지구에서 아파트를 계약한 장모씨(40·남구 대명동)는 대책이 나온 후 건설업체에 해약을 요구하고 있다. 그는 해약 후 같은 지구 내의 다른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할 계획이다. 장씨는 "분양가나 입지여건이 거의 같은 미분양 단지가 많다"며 "어차피 투자가치가 없다면 새로 계약해 세금이라도 줄이고 싶다"고 밝혔다.
광주에서 아파트를 분양 중인 C건설도 해약요구에 시달리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약 후 미분양 아파트를 다시 계약하면 세금을 감면받는지를 묻는 전화가 하루에도 여러 통 걸려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계약을 해지한 뒤 같은 아파트 단지의 미분양 아파트를 재계약하면 취득·등록세를 감면받을 수 없다. 이 때문에 기존 계약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분양대행사를 운영중인 김모 사장은 "정부 대책 후 미분양 해소가 더 어려워진 것 같다"며 "추가대책을 기대해 계약을 미루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미분양 실태 공개요구 확산
이번 기회에 수요자의 선택을 돕도록 미분양 정보를 인터넷에 완전 공개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요자들은 "단지별 미분양 실태는 아파트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므로 인터넷에 공개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국토해양부와 건설업계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1월 각 시·군·구청에 '미분양 관련 업무 협조'란 제목으로 "업체들로부터 보고 받은 미분양 현황을 일반에 공개하지 말라"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미분양 내역이 공개되면 수요자가 계약을 꺼려 미분양 해소가 어려워진다는 이유다.
부동산정보업체 관계자는 그러나 "미분양 정보는 숨겨도 알려질 수밖에 없다"며 "미분양 정보를 건설업계와 일부 수요자만 공유할 게 아니라 완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우기자 libra@donga.com